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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03. 2019

더 늦기 전에 어디론가 떠나라

#3_9300년 전 인류의 흔적을 찾아서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나요..?


어느 곳이든 여행을 떠나면 당신은 어떤 유형의 여행자가 될까 


리오 핀투라 암각화를 찾아가는 일정에 앞서 언제부터인가 끼적거리고 싶었던 아내의 여행관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글쓴이와 다르지 않은 생각이다. 사람들 마다 서로 다른 형편이나 사정이 있겠지만 여행을 통한 느낌은 매우 다른 게 분명해 보인다. 똑같은 장소를 방문했건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흥분을 자아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의 무감각한 느낌을 제공(?)하는 것. 그래서 타인의 여행기 혹은 느낌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니 무덤덤한 불감증형과 지나치게 반응하는 민감증형(이게 맞나?)으로 구분됐다. 


이런 이분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기준점을 만들어 놓고 구분해 보려니 이런 형태가 적절한 것 같았다. 솔직히 나의 느낌은 둘 다 아니다. 무덤덤한 것도 별로지만 지나친 반응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 예컨대 남미의 이과수 폭포 앞에 선 어느 여행자가, 당신 앞에 펼 펴진 장관 앞에서 관리소 직원 같은 표정을 지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반대로 이번에는 끼악 끼악 소리를 질러가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여행자를 곁에서 만난다면 또 어떤 느낌이 들까라는 것. 

굳이 둘을 비교해 보라면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가 나아 보이지만 왠지 가식이 묻은 것 같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없었다. 좋은 것을 아이들처럼 깡충깡충 날뛰며 입 밖으로 표현해 내는 건 조금은 민망해 보인다고나 할까. 아무튼 후자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보다 조금은 더 나아 보인다. 따라서 불감증 체질(?)을 가진 여행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아내 혹은 나의 여행관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다.    





당신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당신의 마음은 어떻게 변하시는지


입국심사가 끝나자마자 우리를 태운 미니 버스는 9300년 전 원시인들이 그린 손바닥 그림이 있는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43번 국도는 포장이 잘돼 있었다. 드 넓은 평원 위에 주단을 깔아놓은 듯 말끔하게 단장된 길. 그 옆으로 라고 부에노스 아이레스(Lago Buenosaires)가 길게 펼쳐져 있었는데 바다처럼 넓어 보였다. 평원 위로 부는 바람 때문에 파도가 넘실거렸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하지만 오래전 선사시대 때는 어땠을까..라고 전편에 썼다. 


그리고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놓칠세라 매의 눈으로 평원에 펼쳐진 세상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애썼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풍경은 매우 익숙하겠지만 된장찌개에 익숙한 토종 조선 놈(?)에게는 너무도 새로운 풍경들. 이 같은 습관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인터넷을 열어 사전 답사를 하고 또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숙지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 놓고 보니 그 같은 정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것. 눈 앞에 펼져진 세상은 호기심을 콕콕 질러대는 것. 그때마다 덩달아 셔터음이 샬칵거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느낌은 여행자에 따라 서로 감흥이 다를 것이다.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여러 세대를 식탁 앞에 불러 세운 반응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까지 경우의 수를 감안하여 여행은 언제 떠나야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행은 언제부터 떠나는 게 좋을까 


글쓴이와 아내의 여행 경험을 토대로 세대별 경우의 수를 감안해 보니 보통 사람들이 쉽게 동의하지 못할 세대로 나타났다. 자칫 타인에게 염장을 지를 것 같은 결과라고나 할까. 아내는 가끔씩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50대가 시작되면 무조건 어디론가 떠나야 해..!!"


아내의 이 같은 여행관은 세상은 넓고 볼거리는 지천에 널렸기 때문에 생긴 것. 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행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여행의 3요소는 여가, 비용, 건강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은 여가(시간)가 넉넉해야 함은 물론 비용을 수반하고 또 건강해야 한다. 




아내의 여행관을 결정적으로 단정하게 만든 건 볼리비아의 티아우아나코(Tiahuanaco) 유적을 들러보면서부터였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La Paz)로부터 72킬로미터 떨어진 알띠플라노(Altiplano) 지역에 위치한 이 유적지는 잉카시대 때 보다 더 앞선 유적지로 해발고도 3,840미터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전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었다. 그게 고산증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 



자료 사진은 페리토 모레노의 습지 위로 세찬 바람이 흙먼지를 날리고 있다. 


눈 앞 10여 미터까지 걷는데 마치 1시간도 더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땐 그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고산증세가 나타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사람들 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조차 마비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 부유한 70대 후반의 노인을 만났는데 그는 한 젊은 여성의 부축을 받으며 여행에 나서고 있었다. 유적지를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면서 아내와 나는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재벌이나 권력자라 할지라도 건강하지 못하면 (여행은) 끝이야..!!"


페리토 모레노 습지 뒤로 먼지를 날리는 언덕이 보인다. 이곳에도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터를 일구고 살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널린(?) 사람들의 각각의 유형을 보니 여행의 3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미루다 보면 정작 떠나야 할 시간 혹은 여행의 재미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그렇다면 보다 젊으면 나을까. 이른바 금수저도 아니고 흙수저인 젊은 세대가 먼 나라 여행을 떠나려면 최소한 한 가지 장벽에 맞닥뜨린다. 비용이다. 만약 그런 당신이 세계여행을 꿈꾼다면 비용을 마련하든지 관련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거친 바람이 불어 유령의 도시로 변한 페리토 모레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한 아주머니가 놀이터에서 아리를 그네 태워 밀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정말 열악한 환경과 싸우며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천명에 어디론가 떠날 계획이라면 죽자살자 돈을 모아야 할 것이며, 혹시라도 결혼 후 아이를 가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아이가 장차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혹은 사회적 자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여행을 미루어야 할 것. 참 어려운 일이다. 이렇듯 보통사람들의 형편을 생각해 보면 여행은 그저 패키지 상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까.. 지천명에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보다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저 멀리 남미의 땅끝 우수아이아에서 평원을 가로질러 페리토 모레노에 도착한 한 여행자의 지프.. 우리는 주로 두 발로 발품을 팔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여행 불감증을 부르는 나이는 언제부터일까


지천명 혹은 보다 더 젊은 나이에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물론 아내와 나의 생각이자 판단이다. 잠시 언급했지만, 보다 젊을 때 떠난 여행은 나이가 들었을 때 보다 느낌의 정도가 다르며 강하다. 비록 시행착오는 있을 망정 여행을 통한 호연지기를 키우는 것은 물론 호기심이 강한 만큼 여행의 느낌도 강하다. 조금 부풀려 말하면 민감형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 반면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당신의 경험칙 때문에 (아는 게 너무 많아서) 세상에 재밌는 일이라곤 찾기 힘들 것 같다. 아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가운데 이런 대화가 있었다.


A: 너는 맨날 놀면서 왜 산에는 안 가..?

B: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올라) 가면 내려올 거 뭣하러 올라가..?


글쎄..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모두가 세상 사는 재미가 점점 더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게 연식(?)이라고 보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어디론가  떠나야 세상은 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며 살맛으로 충천하지 않을까.. 




우리를 태운 미니 버스가 페리토 모레노에 도착하자마자 칠레 치코에서 불었던 바람이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카메라를 쥔 손이 바람에 날릴 정도였는데 작은 도시는 유령의 도시를 방불케 했다. 사람들은 다 어디에 숨었는지(?) 인적은 드물고 거센 바람 때문에 곳곳에서 나뭇잎과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렸다. 그때 한 젊은 여행자 한쌍이 눈 앞에 나타났다가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의 차림은 마치 우리의 거울을 보는 듯했다. 



이날 우리는 거세게 몰아치는 흙먼지 바람 속에서 한 여행사를 발견했다. 그러나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리오 핀투라 암각화)행 차편을 구하는 데 실패하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어렵게 찾은 숙소의 주인은 한 카페의 주인이었는데 우리를 힐끔 둘러보더니 동네의 숙소 한 군데를 소개해 주었다. 그곳은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숙소였는데 낯선 사람들과 합숙을 하며 하룻밤을 지냈다. 방안은 어둡고 알코올 냄새가 적당히 풍겼다. 아내는 1층 도미토리 침대에서 나는 2층에서 함께 잠을 청했는데 배낭과 카메라를 꼭 껴안고 잠을 청했다. <계속>




미리 만나는 리오 핀투라 손바닥 그림_Cueva de las Manos


La Cueva de las Manos (che in spagnolo significa Caverna delle Mani) è una caverna situata nella provincia argentina di Santa Cruz, 163 chilometri a sud della città di Perito Moreno, all'interno dei confini del Parco Nazionale Perito Moreno che comprende altri siti di importanza archeologica e paleontologica. La Caverna si trova nella valle del fiume Pinturas, in un luogo isolato della Patagonia a circa 100 chilometri dalla strada principale. Essa è famosa (e infatti a questo deve il suo nome) per le incisioni rupestri rappresentanti mani, che appartenevano al popolo indigeno di questa regione (probabilmente progenitori dei Tehuelche), vissuto fra i 9.300 e i 13.000 anni fa. Gli inchiostri sono di origine minerale, quindi l'età delle pitture rupestri è stata calcolata dai resti degli strumenti (ricavati da ossa) usati per spruzzare la vernice sulla roccia. La caverna principale è profonda 24 metri, con un ingresso largo 15 metri ed un'altezza iniziale di 10 metri. All'interno della caverna il terreno è inclinato, in salita, mentre l'altezza si riduce a non più di 2 metri. 



CUEVAS DE LAS MANOS_PERITO MORENO
Parco Nazionale Perito Moreno ARGENTI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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