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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2. 2021

아드리아해의 카타르시스

-성깔 난 10월의 아드리아해 풍경


어떤 해방감 혹은 배설감..?!!



지난해 이맘때 나 홀로 방파제를 서성일 때 마음은 아드리아해의 파도를 닮았던가.. 홀로 걷던 그 길을 따라 한 여자 사람이 바람을 가르며 등주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나는 울부짖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파도의 사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정중동의 마음을 뒤흔드는 앙칼진 바다 한가운데로 그리움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난다.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아드리아해는 우기를 핑계로 두 사람을 불러냈다. 내가 그 바다를 향해 불렀던 노래가 엊그제 일 같은데.. 꿈같은 일이 기적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러운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지난 여정 파도야 파도야 우짜면 좋노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서기 2021년 10월 21일 저녁나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다음 편을 이어간다. 




아드리아해의 카타르시스




하니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오기 전 나는 무시로 바닷가로 나갔다.



그 바닷가에 나가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



해방감보다 더한 배설감을 맛보는 것이다.



그 맛은.. 느낌은 짜릿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바닷가에 서면 나의 속마음을 바다가 대변해 주는 것이랄까..



마음속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불만을 향해 바다는 앙칼진 모습으로 묵은 찌꺼기를 하나둘씩 벗겨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내게 쏟아부은 하늘의 정화 작용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때 불렀던 노래가 이랬자..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러운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나는 재래식 고기잡이 도구(IL TRABUCO)가 놓인 방파제 위를 걸으며 그녀가 살고 있던 동북쪽의 어느 나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참고로 위키백과에 등재된 재래식 어구 일 뜨라부꼬를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Trabucco (pesca)

Il trabucco, nelle varianti abruzzesi e molisane detto anche trabocco, bilancia o travocco, è un'antica macchina da pesca tipica delle coste abruzzesi, garganiche e molisane, tutelata come patrimonio monumentale nella costa dei Trabocchi (in Abruzzo) e nel parco nazionale del Gargano (in Puglia); la sua diffusione però si estende lungo il basso Adriatico, a partire da Pescara fino ad alcune località della 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a nord di Bari. Sono presenti anche in alcuni punti della costa del basso Tirreno.



관련 내용을 번역(역자 주)해 보니 뜨라부꼬는 오늘날 이탈리아의 아브루쪼 주로부터 뿔리아 주에 이르기까지 아드리아해 연안에 설치된 고대의 어업 기구를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항구의 외항을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위에 1기가 새로 정비되었다. 원래는 4기가 시설되었지만, 그중 하나를 지난해 복원한 것이다.



 또 하니와 함께 방문한 가르가노 국립공원(Gargano_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의 뜨리에스떼(Trieste)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울러 자료는 뜨라니 항구 곁(바리 항구, Il porto di Bari ) 북쪽의 아드리아해 바닷가에도 비슷한 형태로 남아있었다. 바를레타에 새롭게 복원한 일 뜨라부꼬는 이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념비적 유산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 11일 한국에서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가 일 뜨라부꼬를 향해 걸으며 10월의 아드리아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23일 이탈리아에 창궐하고 있던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 만 1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우기.. 그녀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아드리아해는 내 앞에서 앙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냥 앙칼진 모습이 아니라 당신의 손아귀에 잡히면 산산조각을 내 버릴 듯한 기세로 마구 덤벼들곤 했다.



어떤 때는 방파제를 넘어온 사나운 파도가 나의 키메라와 외투를 적시곤 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그 당시 아드리아해의 앙칼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최근에는 아침마다 운동을 하면서 아드리아해에 얼굴을 내미는 해님을 만나며 행복해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르려니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해님은 나의 마음 전부를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이심전심..



나중에 알게 됐다. 당신과 나는 일심동체.. 



태양계의 작은 생물 1인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명상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잡념을 뿌리치며 행복에 이르게 되는 것이랄까..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부터 나를 옥죄고 있던 구속의 한 방편이 말갛게 씻기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무념무상.. 



그 세계를 깨닫게 해 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그녀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풍경을 기적이라 부른다. 하늘이 내려 준 큰 선물.. 그녀가 저만치 앞서 걸으며 못다 한 나의 숙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다시 바닷가로 나서면 그땐 잘 닦아둔 면경처럼 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까.. 어쩌면 앙칼진 바다가 나의 대역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계속>


Una vista sull'Adriatico in ottobre_Catarsi(katharsis) dell'Adriatico
il 21 Otto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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