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단풍 살악산 공룡능선 속으로
대한민국이 잉태한 진정한 보물 설악산 공룡능선의 단풍 속으로..!!
서기 2021년 10월 25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여행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첩 속에는 하니와 함께 다녀온 내설악 공룡능선으로 가는 여정이 담겼다. 한국에 있을 때는 뻔질나게 다녔던 설악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다녔던 산행의 기록이 사진첩 속에 빼곡하다. 내외설악은 물론 서북주릉까지 설악산 구석구석 발도장을 찍은 것이다.
맑은 물과 빼어난 산과 숲 절경을 품은 설악산군(群)은 어느 날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했다. 그 시기는 정확히 우리가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기 직전이었으므로 내 조국 대한민국이 먼 길을 떠나는 우리에게 선물로 안겨준 것이랄까..
해마다 10월이 다가오면 혼자만 열어보는 공룡능선의 단풍은 우리 생애 최고였다. 남미 파타고니아에서도 만나지 못하고 이탈리아 북부 알삐(알프스)의 돌로미티에서도 이 같은 장관은 만나지 못했다. 아울러 인터넷을 열어 웹서핑을 해 봐도 우리가 만났던 공룡능선의 단풍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만나지 못했다.
어떤 곳은 웅장하고 장엄한 단풍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설악산의 알록달록하고 고운 단풍은 아니었다. 설악산을 뻔질나게 다닐 때도 만나지 못한 최고의 단풍은 10월 어느 날(추석) 만나게 된 것이다. 행운이었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이곳은 설악동을 지나 비선대를 거쳐 금강굴까지 이어지는 깔딱 고개를 지나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의 풍경이다. 어떤 아름다운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풍경들이 뷰파인더를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기록된 사진들은 외장하드 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향수가 풍기거나 10월이 되면 주인의 부름을 받으며 등장하는 것이다. 수많은 기록(사진)들 중에서 가장 아끼는 기록물 중에 하나이며 10월에 더욱 빛을 발하는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이곳 이탈리아에서 맞이하는 10월이면 우리가 만난 생애 최고의 단풍은 물론 이맘때 자주 들리던 '잊혀진 계절'도 한몫을 한다. 참 아름다운 노래이며 가슴을 후벼 파는 가사가 노랫말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랬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중년에 널리 알려진 가수 이용 씨가 이맘때만 되면 제일 바쁘단다. 최근에 포스팅한 글에서 하니의 바람을 '바람처럼 살고 싶다'에 담았다. 생애 최고의 단풍과 단풍의 계절.. 그리고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이별이 우리네 삶에 맞닿아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의 유효기간이 저만치 멀어지는 것이다. 노랫말을 잘근잘근 씹으면 씹을수록 짙은 맛이 우러난다. 맛있는 요리는 전혀 비교가 안 된다.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우리가 마등령에 도착했을 때 공룡능선 너머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마침내 구름으로 변했다. 그리고 작은 빗방울들이 시야를 가렸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빗방울인지..
시선을 어지럽히던 알록달록한 잎사귀들이 가는 빗방울에 촉촉이 젖기 시작했다.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쓸쓸했던 표정은 아름다움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토록 사랑하였으므로.. 그리움이 사진첩 속에 흥건하게 묻어난다. <다음 편으로>
il migliore fogliame della vita e stagione dimenticata
il 25 Otto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di Pu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