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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6. 2022

그 산중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누가 신을 만나봤을까..?!


    하니와 나는 어느 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중심에서 멀지 않은 안데스의 쎄로 뽀초코 정상 부근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남긴 수많은 기록들 중에 우리의 표정이 담긴 사진은 많지 않다. 어떤 때는 무모할 정도로 '목숨을 건 여행'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이 그저 앞만 보며 나아갔다. 어쩌면 죽기 전에 내가 만나는 마지막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끼어들기도 했다. 좀 더 보자꾸나.. 다시 한번 더 만나보자꾸나.. 그때마다 뷰파인더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등장하곤 했다. 



물질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들여다본 작가 혹은 요리사의 모습이 어느 날 거울 앞에 등장했다. 절박함이 묻어나지 않는 글과 풍요로움이 선생을 펑펑 울게 만들었을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러나 다시 그 산에 발을 들여놓을 수만 있다면, 감추어진 더 많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게 되지 않을까.. 그 산이 나를 부른다.



지난 여정 <그 산이 나를 부른다> 편에 이렇게 썼다. 이어서 안데스의 쎄로 뽀초코 여행기를 이어간다.




그 산중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서기 2022년 1월 5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건기가 최고조에 달한 안데스의 풍경이 오롯이 드러났다. 건기가 최고조에 달하면 안데스를 뒤덮은 흙들은 뽀송뽀송 더 마를 것도 없어서 등산화 바닥을 굴러다녔다. 커다란 선인장들이 저장해 둔 습기들 조차 메말라 갈증을 호소하는 풍경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하니와 나는 고도를 높이며 쎄로 뽀초코 정상 부근에서 하산을 결심하고 있었다. 안데스 깊은 곳으로 더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돌아갈 시간이 되었으며 체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이때 뷰파인더를 유혹한 풍경이 노뜨로(Notro) 혹은 포스포리또(fosforito, ciruelillo)라 불리는 파타고니아의 붉은 꽃(i fiori rossi nella patagonia)이었다. 


붉은 꽃은 'Embothrium coccineum'이라는 학명을 지닌 아름다운 꽃으로, 남미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Patagonia)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자주 만나던 붉은 꽃이 카메라를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다. 녀석들은 윤기를 잃어가고 있었으며 갈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녀석들은 쎄로 뽀초코 정상 부근에서 나를 만난 것이며, 신께서 내게 손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신을 찾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실체에 대해 목말라한다. 그저 습관적으로 '믿기만 하면' 그 신이 당신의 품에 안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 정도가 신앙심으로 발현되어 늘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신의 존재..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남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은 페미니스트이자 시인이었으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당신은 안데스의 비꾸냐(Vicuña (Cile))에서 태어났으며 첫사랑에 실패한 후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첫사랑이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당신의 삶이 급변하게 된 것이랄까.. 


그녀를 지탱해준 것은 신앙심이자 안데스의 기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을 보면 안데스의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철철 넘쳐난다. 내가 좋아한 그녀의 작품 <예술가의 십계명>을 통해 처음으로 신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다시 한번 더 예술가의 십계명 중 첫째 계명을 인용하면 이러하다.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그녀는 곧 봉우리를 오르게 될 것이며 하산을 하게 될 것이다. 안데스의 깊은 산중에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내가 일찍 신의 그림자에 눈을 뜨지 못했더라면 신앙심 혹은 신의 존재는 나로부터 멀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추상적인 형태의 신을 가리켜 그저 하느님 혹은 하나님으로 부르거나, 종교의 수만큼 다양한 신들에 대해서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겐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만난 신의 그림자가 아름다움으로 내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유소년기 이전부터 당신께선 내 곁에 있었지만, 전혀 눈에 띄지 않다가 어느 날 실체를 보여준 것이다. 적지 않은 분들이 신의 실체에 대해 긴가민가 할 것이다. 그게 정상일 것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신의 그림자.. 



그 실체가 아름다움이라니..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날마다 신의 그림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거나 노트북 등으로 비추어 보며 열광하는 것이랄까.. 당신께서는 태초로부터 영원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만약 세상의 현상들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메마른 가슴을 한 번 정도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면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면, 당신과 함께 늘 동행하는 분이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마를 것도 없는 건기의 마른 산중에서도 신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자, 기적 같은 일이 나와 늘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육신이 당신의 부르심을 받고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리고 다시 빛으로 환원될 때까지 동행한다면, 세상은 천국이며 빛의 본향을 더욱더 그리워하지 않을까..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05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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