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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8. 2022

내 마음속 그리운 풍경을 찾아서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7


사랑했으므로 그리운 법이다!!


    참 자주 열어본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속에 우리의 추억이 오롯이 묻어나 있다. 한두 번 열어본 것도 아닌데 열어볼 때마다 감흥이 새롭다. 당시의 감정 그대로 풍경 속으로 몰입된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에 하나 사진첩이 없었더라면.. 기억 속 저편에서 가물가물 거리고 말았을 추억들이다. 두 차례에 걸친 남미 여행 중에 같은 장소를 두 번 방문한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로 이어지는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 공식적으로 'Ruta CH-7'이라 부른다)이 시작되는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가 그랬다. 그리고 뿌에르또 몬뜨에서 멀지 않은 곳 안데스 자락에 위치한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 및 피츠로이 산군이 위치한 엘 찰텐(El Chalten)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델 칠레(Santiago del Cile)가 그랬다. 


그중 뿌에르또 몬뜨는 파타고니아(PATAGONIA)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이유로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면서, 그 유명한 루타 꾸아란따(Ruta 40, viaggio in moto sulla più lunga strada Argentina)를 따라 북상한 후 (안데스를 넘어) 칠레로 넘어가는 여정이다.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내 마음속 그리운 풍경을 찾아서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루따 꾸아란따를 따라서 파타고니아 남부에서부터 북부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까지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바릴로체에서 가장 큰 고층 아파트에서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내려다 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자 우리가 떠난 곳은 바릴로체를 유명하게 만든 이름도 예쁜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로 떠난 것이다.



바릴로체 시내 중심에서 버스를 타고 나우엘 우아피 선착장까지 거리는 대략 60km로 1시간 남짓 소요된다. 그때 만난 풍경이 위의 선착장 풍경이 담긴 자료사진이다. 선착장의 유람선 가운데 뾰족하게 솟아있는 갈색 마스트를 눈여겨봐 두시기 바란다. 하니와 나는 선착장 앞 매표소에서 유람선 티켓을 구매한 후 쾌속 유람선으로 향하며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꿈같은 추억이 필요할 때


당신은 언제쯤 행복을 느끼시는가..?! 속이 훤히 비치는 물속.. 물고기 한 마리가 천천히 유영을 하고 있다.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이곳은 북부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의 산 까를로스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에 위치한 나우엘 우아피 호수(Lago Nahuel Huapi)의 선착장이다. 잠시 후 하니와 나는 이곳 선착장을 출발하여 호수 중간쯤에 위치한 빅토리아 공원과 아라야네스 숲 공원(Parco nazionale Nahuel Huapi)..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때 만난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니 모두 행복해 보인다. 그 표정이 여행자에게 감염되어 덩달아 행복해진다. 행복한 표정을 지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 선착장 아래서 천천히 유영하고 있는 뜨루챠(trucha, 송어)도 그러하겠지.. 이웃이 행복해야 덩달아 행복한 법이다.



우리는 꽤 오래전에 만났던 이곳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작하고 있다. 그때 늦둥이를 가졌다면, 녀석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까마득히 오래전 우리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흥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다. 그때 느낀 행복한 추억들 때문에 다시 찾게 된 바릴로체와 나우엘 우아피..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더 눈여겨보고 있는 하나의 풍경이 유람선 뒤에 숨어(?) 있다. 갈색의 마스터와 선교에 라이프 링이 여럿 걸려있는 유람선 한 척.. 저곳에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유람선의 이름은 모데스타 빅토리아(MODESTA VICTORIA) 호이다.



우리를 태운 고속 유람선이 선착장을 떠나면 정박 된 모데스타 빅토리아 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선착장을 떠나면 우리를 태운 유람선은 이곳 선착장에서 빅토리아 섬(Puerto Anchorena, Isla Victoria)으로 이동할 것이며, 다시 나우엘 우아피 극립공원(Parco nazionale Nahuel Huapi)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거기에 앞서 선착장 앞에 정박된 모데스타 빅토리아 호의 안부가 너무도 궁금한 것이다. 우리가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빅토리아호는 이미 퇴역 직후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퇴역을 앞둔 빅토리아호에 승선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막 출발한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저 멀리 풍경은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안데스 산맥.. 빅토리아호 또한 백발이 되어 퇴역을 하게 된 것이다. 긴 세월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빅토리아호..



유람선이 목적지로 향하기 전 방향을 돌리는 사이 바라본 선착장 주변의 풍경은 꿈을 꾸는 듯하다.



먼지 한 톨 먼지 한 점 때 묻지 않은 청정한 지역에서 빅토리아호는 75년의 생애를 마치고 당신을 좋아한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다. 75년 동안 빅토리아호에 승선했던 사람들은 당신을 두고두고 기억해 낼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에 행복을 가득 심어준 빅토리아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Modesta Victoria, 75 años de historia


La embarcación Modesta Victoria, cumplió 75 años de navegación en el lago Nahuel Huapi. El 10 de noviembre del año 1938 se largó a la aventura y con el tiempo se convirtió en leyenda para los amantes de la náutica.



모데스타 빅토리아호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Briloche 2000>의 내용은 "모데스타 빅토리아호는 나우엘 우아피 호수에서 75년 동안 항해했다. 그 시작은 1938년 11월 10일이었으며, 여행자들에게 전설로 남았다."는 취지의 글이다. 그 속에 우리가 포함된 것이다.



선령이 75년에 이르는 동안 빅토리아호는 이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 하니와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진첩을 열 때마다 감흥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의 수명은 대략 지천명의 나이를 정점으로 차차 황혼기에 접어든다고 가정할 때 빅토리아호는 퇴역을 할 때까지 쉼 없이 추억을 선물한 것이다. 



우리를 태운 유람선이 방향을 틀고 엔진 출력을 높여 프로펠러를 힘차게 돌리면서 우리는 선착장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 모데스타 빅토리아호의 모습..



설렘 가득 안고 도착한 선착장에서 만난 유람선 한 척이 이토록 소중한 추억으로 다가오는 것도 우리네 삶의 모습을 쏙 빼닮었다고나 할까.. 그리움의 원천은 사랑이다. 사랑하지 않은 풍경이나 추억이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발효될 수 없는 법이다. 



그리움이 하나둘씩 발효를 거듭하면서 당신이 사랑했던 오래 전의 추억이 오롯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선착장을 떠나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보고 또 보고.. 



세월도 그러하겠지.. 달리는 타임라인 위에서 당장 뛰어내려 뒤로 돌아가고 싶은 것. 빅토리아호 조차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다행인지.. 서기 2022년 4월 7일 오후(현지 사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그리움 가득한 풍경을 열어놓고 감회에 젖어드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깃든 그리운 풍경을 찾아 다시 항해에 나서는 것. 


세상 참 좋아졌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다 놓고 시간 저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막힌 세상..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충만한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물빛이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다.



우리를 태운 고속 유람선은 목적지를 향해 프로펠러를 마구 돌리며 시간 저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나우엘 우아피 호수의 수정처럼 맑고 푸른 수평선 위로 안데스 산맥이 새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손짓하고 있던 풍경 속으로.. <계속>



Il Paesaggio della Patagonia affascina a prima vista_Lago Nahuel Huapi
il 07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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