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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9. 2022

돌로미티, 친퀘 또르리의 비경

-돌로미티 리푸지오 누볼라우 걸어서 가는 길


지난 여정 <돌로미티, 품에 안긴 미지의 세상>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쌌다.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Rifugio Nuvolau) 산장 바로 아래 위치한 리푸지오 아뵈라우 (Rifugio Averau) 산장에 다가섰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방한복으로 갈아입는 등 목적지로 이동할 때까지 그녀의 옷차림이 네 번째 바뀌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앞만 보며 부지런히 걸었다. 우리가 얼굴을 마주쳤을 때는 리푸지오 아뵈라우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화실에서 만난 풍경과 흡사했다. 수업시간은 3시간.. 조금도 쉬는 법이 없다.



우리가 정상 부근에 도착했을 때 오던 길을 돌아보니 트래커들이 줄지어 따라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름길을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 청춘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처지에 맞는 보폭을 유지해야 했다.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만든 성취감처럼 우리네 삶은 왕도가 없는 법이다.


그녀의 그림 수업 중에 늘 지적받는 것도 왕도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루이지는 "차근차근히.."라는 입버릇이 생겼다. 보다 더 빨리 작품을 완성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반칙(?)을 하게 되는 것이랄까..



그녀의 작품이 일취월장 나아지고 있는 데는 당신이 살아오면서 스스로 만든 옳지 못한 습관이 점점 더 없어지면서부터였다. 나부터라도 그러하고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그림 수업 도중에 루이지의 극찬이 이어졌다. 그는 "마치 램브란트가 되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치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분 좋은 날..

이때 열어본 돌로미티의 풍경 속에는 왕도를 찾아 떠난 사람들과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간 토끼와 거북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걸음걸이가 상대적으로 느린 우리와 반대의 경우에 있는 사람 등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비 오시는 날 아침, 우비를 준비하고 빠쏘 지아우까지 나들이를 하자고 떠난 두 사람..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장이라도 뒤돌아 가고 싶어야 될 것 같은 체력이 어느덧 가뿐해지면서 다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리푸지오 아뵈라우 쉼터에 도착한 즉시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맘마미아!..) 비스듬히 경사진 암벽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곳이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였다. 그리고 사방이 탁 트인 곳을 내려다보니, 그제야 이틀 전에 다녀온 친퀘 또르리가 그곳에 우뚝 서있었다. 신세계.. 무릉도원.. 천상의 나라.. 등등 그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은 세상..



 우리는 이때부터 발아래에 펼쳐지고 있는 비경에 한눈을 팔며 야영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행복해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샘솟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그녀와 대화 속에 자주 묻어나는 말이 있다. 돌로미티.. 돌로미티.. 어쩌면 죽기 전에 돌로미티의 산골짜기에 작은 집을 마련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다시 넉넉한 미지의 세상에 안기고 싶은 것이다. 그때가 속히 올 필요가 있을까..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손짓을 한다.



돌로미티, 친퀘 또르리의 비경




    서기 2022년 4월 8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돌로미티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돌로미티의 명소 친퀘 또르리가 우뚝 서 있었다. 하니와 나는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그녀는 다섯 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리푸지오 아붸라우(Rifugio Avelau)에서 벗었던 빨간 우의를 다시 입었다. 이번에는 바람막이가 필요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이틀 전에 다녀온 곳으로 빠쏘 el 지아우(Passo di Giau)에서 이곳까지 진출할 때까지 친퀘 또르리가 등장할 줄 꿈에도 몰랐다. 친퀘 또르리 정상에서 기진맥진하며 올려다보았던 곳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리푸지오 아붸라우였으며, 그 꼭대기에 리푸지오 누볼라우가 있었다. 



생각보다 광활하고 장엄한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서 신세계.. 무릉도원.. 천상의 나라.. 등등 그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은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유네스코와 유산의 기록에 따르면, 돌로미티 산맥은 높이가 3,000m 이상인 봉우리가 18개 있고, 총면적은 141,903㏊이다. 가파른 수직 절벽과 폭이 좁고 깊은 계곡이 길게 형성된 돌로미티 산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경관을 연출한다. 



9개 지역이 연속된 이 유산은 뾰족한 꼭대기와 뾰족한 산봉우리, 암벽이 두드러지는 장엄한 경관의 다양성을 보여 주며, 빙하기 지형과 카르스트 지형도 포함하고 있어 지형학으로 국제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유산은 또한 화석 기록과 함께 중생대 탄산염 대지(carbonate platform) 시스템이 잘 보존되어 있는 가장 훌륭한 예의 하나이다. 우리는 그중 일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틀 전 우리는 자료사진 아래 빠쏘 퐐싸레고로 이어지는 고갯길 곁 친퀘 또르리로 가는 승강장 곁에서 야영을 했다. 그때 보이는 장엄한 산을 앞산이라 불렀다. 우리가 부른 앞산의 이름은 토퐈나 디 로제스(Tofana di Rozes_– Cortina d’Ampezzo)로 해발 높이는 3,225m에 달한다. 올해(2022년) 여름 다시 돌로미티로 떠나면 반드시 가 보고 싶은 곳. 일찌감치 찜해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틀 전에 다녀온 친퀘 또르리에 매료되어 잠시 야영장 앞에 위치한 앞산은 잠시 잊고 있었다.



하니와 나는 리푸지오 누붸라우 쉼터에서 길게 이어지고 있는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비경을 둘러보고 있었다. 빨간 우의를 입은 하니 오른발 옆으로는 낭떠러지가 길게 이어지고 있어서 매우 위험해 보였다. 자칫 중심을 잃으면 사고가 날 수 있는 좁은 길이어서 짬짬이 경고를 했다. 그녀 뒤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기 우리의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Rifugio Nuvolau Mt. 2575) 쉼터이다.



우리가 서 있는 오솔길에서 올려다보니 점점이 박힌 트래커들이 마치 개미들처럼 작게 보인다.



다시 시선을 돌려 친퀘 또르리를 내려다본다. 이틀 전에는 거대한 암봉이었는데.. 사람들은 물론 다섯 봉우리가 미니어처처럼 작게 보인다. 그리고 다시 시선은 토퐈나 디 로제스로 향한다.



Tofana di Rozes – Cortina d’Ampezzo 


Da sempre esaltano con la loro superba presenza la bellezza della conca Ampezzana.

Il fulcro di questo mastodontico gruppo è costituito dalle tre Tofane: la Tofana di Dentro mt.3.238, la Tofana di Rozes mt.3.225 e la Tofana di Mezzo, mt.3.244.

Raggiungere una cima è sempre una grande soddisfazione: raggiungere la cima della Tofana di Rozes è un’esperienza unica ed indimenticabile.

Lo scenario è strepitoso ed interessante durante tutta la salita: guglie di roccia, verticalità, ghiaioni, postazioni di guerra e, se si è fortunati si possono vedere pure i camosci.


토퐈나 디 로제스 산 좌측으로 보면 가느다란 선이 보인다. 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포기한 곳이며 그 대신 우리는 전혀 뜻밖의 결정으로 리푸지오 누볼라우를 결정하고  좋아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뒤로 돌려본다. 잠시 후 우리가 올라가야 할 목적지가 코 앞(?)에 보인다.



아마도.. 돌로미티를 처음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이 이곳 리푸지오 누볼라우를 트레킹 코스로 잡는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발도장을 찍고 눈으로 보시면 무릉도원을 다녀온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설의 무릉도원에 다녀온 사람이 이웃들에게 이실직고하듯이 아무리 설명을 늘어놓아 봤자 사람들은 "그런 데가 있을라고.. 뻥이쥐?!"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에 담아온 그림만으로도 천국을 상상하게 될 게 아닌가.. 


좋은 것을 여러분들에게 강추해 드릴 때 어떤 표현을 써야 할까.. 정말 땀 흘린 고생을 200배 갚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 몇 안 되는 기록을 야금야금 혼자만 맛보다가 대거 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목적지로 돌아갈 시간.. 하니의 등 뒤에서 몇 번이고 "조심하셈!!"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안 청춘의 오금이 자려온다.ㅜ 



저 멀리 목적지인 리푸지오 누볼라우 뒤로 이날 아침 트래킹을 시작한 빠쏘 디 지아우 고갯마루가 위치해 있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목적지 너머에 고갯마루가 조망되는지 전혀 모르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또 그 너머에는 우리가 첫눈 오실 때 다녀온 빠쏘 디 포르첼라(Passo di Foecella)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는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신비스러운 경험이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절로 눈에 띄는 친퀘 또르리의 위용.. 



백운암(白雲岩), 돌로마이트(dolomite)의 이름을 따온 돌로미티의 산중에는 눈이 쌓인 듯 눈이 부시다. 친퀘 또르리 너머로 보이는 도시 이름이 돌로미티 동부의 베이스캠프 격인 꼬르띠나 담빼쬬.. 목적지에 다다르면 사방으로 우리가 발도장을 찍었던 돌로미티 곳곳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우리가 이곳으로 발을 내디딜 때는 몰랐다. 그런 직후 언제부터인가 돌로미티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하니가 조심조심 발을 옮기는 도중 인증숏을 날렸다. 글을 쓰고 있노라니 그녀가 곁에서 거들었다.


"사진이 왜 이 모양이야?! ^^"

"뽀샵한 건 아니고 휴대폰이 땀에 젖었네욤! "



돌로미티 여행에 대한 단상을 끼적거리고 있자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흠.. 참 잘 놀고 있네.. 히히 ^^"



우리는 오솔길을 떠나는 즉시 목적지로 이동했으며 전혀 상상 밖의 비경을 만나 감개무량했다. 기대하셔도 좋다. 돌로미티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다음 편 꼭.. 꼭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Verso Rifugio Nuvolau 
il 08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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