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양귀비 피는 언덕 개구리울음(하)
먼 나라서 만나는 낯익은 풍경들..?!
물고기 한 마리의 그라피티가 그려진 곳은 우리가 바닷가로 산책 겸 운동을 나갈 때 자주 사용하는 계단이다. 물고기 그림의 눈 위로 하니가 내려가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오후의 모습이다. 이날 나는 지난 4월 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탈리아 개구리들의 짝짓기(울음) 소리를 듣게 됐다. 하니가 발을 내딛는 좌측 풀숲 습지가 녀석들의 터전이다. 그 현장을 함께 가 보도록 한다.
집에서 바닷가 언덕으로 진출하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빠른 걸음이면 더 빨리 이곳에 당도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유서 깊은 도시 바를레타(La Disfida di Barletta)의 구도시 중심이다. 발품을 조금만 팔면 무르익은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참 아름다운 도시.. 언덕 위에 서면 저만치 아드리아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관련 포스트 <꽃양귀비 피는 언덕 개구리울음(상)>에서 잠시 언급한 바 바닷가 언덕에는 성벽(Via mura del camine)이 남아있다. 성벽의 오래된 석축들이 바를레타 습지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바닷가로 종려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종려나무 가로수는 500년이 더 된 것으로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2.5km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주로 산책하는 코스는 대략 왕복 5km에 이르는 것이다.
하니가 언덕길을 내려서서 100여 미터 앞으로 이동하면 도로가 나오고 도로 곁으로 가로수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 포스트에서 눈여겨볼 풍경은 그녀의 좌측에 나타나는 습지이다. 갈색의 마른풀 틈새로 연초록빛이 보인다. 그곳은 올해 이탈리아서 발견한 미나리깡으로 습지 아래로 광천수가 흐르고 있는 곳이다.
보통의 미나리깡이 혼탁하다면 이곳은 맑은 광천수가 쉼 없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곳에 살면서 유심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야생의 자연산 미나리를 채취한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다. 요리사의 눈에 띈 친근한 미나리.. 어느 날 미나리깡에서 개구리의 짝짓기 소리를 듣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지난 4월 1일에 이어 이날 다시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첨부한 영상은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물론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지만, 아주 잠깐 확인되었을 뿐이다.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평소와 다른 그림자 혹은 인기척만으로도 녀석들은 미나리 숲으로 자취를 감추곤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개구리들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흠..누가 그 흔한 개구리를 자세히 살펴볼까..ㅋ)
위 영상은 관련 포스트에 삽입한 것으로 4월 초하룻날 만난 개구리울음소리이다. 지난해 7월 말 녀석들의 짝짓기 소리가 그친 지 대략 8개월 만에 다시 듣게 된 개구리울음소리.. 먼 나라에 살다 보니 별 녀석들이 다 향수를 부추긴다.
그래서 그랬는지.. 올해는 아드리아해 바닷가 습지 곳곳에서 낯익은 우리나라의 봄나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냉이 달래 씀바귀 고들빼기 미나리 등 녀석들은 모두 우리 차지가 되었으며, 덕분에 봄철 내내 야생의 풀을 실컷 먹게 되었다. 미나리깡 바로 곁에는 아카시 나무가 새싹을 틔우고 있는 풍경.. 곧 하얀 아카시 꽃이 대롱대롱 매달리게 될 것이다. 희한한 일이다. 이탈리아의 여타 지역에서 만나지 못한 풍경들이.. 하필이면 나를 따라다니며(?) 유소년 기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걸 행운이라고 말해야 하나..
개구리 짝짓기 소리가 한창인 미나리깡을 지나면 이곳 사람들이 소나무(Pino)라 부르는 고목나무에 연둣빛이 가득하다. 이곳은 바를레타 시 당국이 관리하는 곳으로 봄이 오실 때 샛노란 풀꽃들이 빼곡하게 떼창을 부르고 있었던 곳인데.. 당국은 그냥 놔두어도 좋을 풍경을 이렇게 싹 갈아엎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우기가 찾아들면 샛노란 풀꽃들이 빼곡하게 자라나는 것. 녀석들은 용케도 개구리를 깨우는 경칩의 전령사랄까.. 절기상 경칩의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은 주로 이러하다.
우리는 어느덧 개구리 짝짓기 소리를 뒤로 하고 바닷가로 진출했다. 탁 트인 바닷가.. 저 멀리 수평선 위로 기다란 육지가 보인다. 이 날따라 바람이 몹시불어 구름이 마구마구 떠다니면서 시야를 좋게 했다. 평소 같으면 해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육지가 희끄무레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곳은 이탈리아 반도를 장화에 비교할 때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가르가노(Gargano) 반도에 해당하는 곳이다. 참 아름다운 곳..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장화 뒤꿈치 아래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Il Gargano, soprannominato talvolta lo sperone d'Italia, è una subregione dell'Italia coincidente con l'omonimo promontorio montuoso che si estende nella parte settentrionale della Puglia, l'antica Daunia, e che corrisponde al settore nord-orientale della provincia di Foggia. Semi-circondato dal mare Adriatico, ma limitato a ovest dal Tavoliere delle Puglie, nel suo territorio è compreso il parco nazionale del Gargano.
저만치 하니가 앞서 걷는 좌측으로 종려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나무의 굵기는 어른의 두 아름드리에 해당하고 높이는 10여 미터나 된다. 줄기는 얼마나 튼튼한지 마치 대리석으로 다듬어 놓은 듯하다. 종려나무의 나이는 500년이 더 된다고 했으므로 바를레타(1503년부터 시작)의 나이와 엇비슷하다.
아드리아해를 우측으로 바라보며 종려나무 가로수길을 따라가면 달라진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곳 바닷가에서 성업을 이루던 리스또란떼와 비치파라솔 대여업이 코로나로부터 철퇴를 맞은 것이다.
한 때 바닷가를 기득 메우던 해수욕객들이 대략 3년 전부터 사라지면서 파리조차 날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살아남은(?) 업소들은 딱 세 군데.. 어느덧 코로나가 바를레타의 바캉스 풍속도를 바꾸어놓은 것이다. 하니의 차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의 차림도 유추될 것이다.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바람막이 패딩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맞이했던 경칩 풍경과 사뭇 다른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봄은 4월부터 시작되는 것이랄까.. 집 근처 공원에는 앙증맞은 풀꽃들이 난리가 아니지만 내륙풍과 해륙풍이 연달아 바뀌는 바닷가의 풍경은 경칩 혹은 꽃샘추위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하니가 말했다.
"바람 부는 날씨가 우리나라 꽃샘추위를 연상케 해..!"
이날 몹시도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아드리아해는 게거품을 물고 쉭쉭거렸다.
광천수와 하수 처리된 물이 함께 흐르는 바닷가의 작은 물웅덩이 곁에서 자라는 갈대도 덩달아 쉭쉭 거린다.
그곳에 파릇한 줄기를 내놓은 갈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풍경..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종려나무 가로수를 늘어뜨리고 있다. 달라도 많이 다른 우리나의 경칩 풍경과 먼 나라의 경칩 전후의 풍경..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바람이 얼마나 불어댓는지 바를레타 사구의 풍경을 물론 바닷가 풍경까지 모두 바꾸어 놓았다.
희한한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올해 우리가 맞이한 경칩은 풍요로움의 연속이었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발견된 봄나물과 함께 개구락 개구락.. 짝짓기 짝짓기.. 두 사람의 꼬레아노 꼬레아나를 위해 하늘은 경칩 때부터 개구락 개구락 그렇게 울었나 보다.. 히히
Ora, il tempo dell'accoppiamento di una rana nel sud d'Italia
il 12 Aprile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