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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4. 2019

내가 눈독 들이는 건 오리가 아냐

-언제인가 너희들을 접수하고 말테야


요즘 부쩍 먹고 싶어 진 음식..!!


주말 아침 산책 겸 운동을 나간 곳은 집으로부터 걸어서 대략 10분쯤 떨어진 바닷가 방파제였다. 요즘 자주 찾게 되는 이곳에 야생 오리 가족 다섯 마리가 살아가고 있었다. 대개 야생 오리들은 개울가 혹은 늪지대나 연못 등지에서 살아가는데 이들이 살고 있는 장소는 특이하게도 바닷가이며 방파제 입구였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지만 몇 번 이곳을 오가는 동안 이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 


특히 오리가 무시로 먹어야 할 담수(맹물)가 필요할 텐데 '물은 어디서 마시게 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이 살고 있는 터전 근처에서 용천수가 펑펑 솟아나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용천수란 지층 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지표와 연결된 지층이나 암석의 틈을 통해 용출되는 물을 말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흔히(?) 만난 용천수가 그것. 방파제 입구 아래서 맑은 용천수가 쉼 없이 솟아오르며 바다로 유입되는 것이었다. 오리 가족들은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참 똑똑한 녀석들.. 


 


맨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녀석을 먹고 싶었던 적이 있다. 오리고기가 당겼던 것이다. 우리가 자주 먹던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 중에 하나이다. 오리는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서 많이 먹어도 지방이 과다 축적되지 않고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졌다. 


또 오리고기 기름은 수용성이라 몸에 해롭지 않은 반면 인체에 매우 유익한 효능을 지니고 있는 식품이다. 일반에 널린 자료를 살펴보면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하고 혈액순환 촉진하며 갱년기 장애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인병, 각기병, 신장염, 관절염의 예방과 치료 및 골다공증, 빈혈 예방, 무기질 보충, 허약체질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식은땀, 위장염, 양기부족에 좋은 식품으로 신경통, 허약체질, 비만증은 물론 중풍, 토담, 토혈, 고혈압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 같은 효능을 지닌 것. 거기에 알코올 중독 및 체내 독성물질을 해독하는데 탁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오리고기의 요휴성분 때문에 유황으로 법제한 유황오리는 최고의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 일시 귀국한 아내가 요즘 처방받고 있는 식품이 바로 오리이다. 




맨 처음 오리가족을 만났을 때 녀석들을 식품으로 여긴 것도 이 같은 효능에 기인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곳을 오가며 정작 내가 눈독을 들인 건 오리들이 아니었다. 용천수가 넘쳐흐르는 이들이 자주 유영하는 장소에 파래가 파릇파릇 돋아나 물결에 일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맑은 바닷물 속에 새파랗게 잎을 내놓은 파래들을 보는 순간 입맛이 당긴 것. 새콤한 파래무침이 생각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줄곧 먹어왔던 파래 초무침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혹은 아내의 손끝에서 후다닥 만들어진 후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우는 것. 기본양념(다진 마늘, 설탕, 간장, 식초, 올리고당, 깨소금)만 있으면 무채에 비비는 것으로 매우 간단한 리체타이다. 방파제에 들어서기도 전에 눈에 띄는 건 오리가족과 함께 싱싱한 파래들.. 




파래에는 풍부한 무기질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성분이 칼슘이다. 칼슘은 뼈 건강은 물론 빈혈과 변비 개선 등 오리 못지않은 다양한 성분을 지닌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한 식품인 것. 그래서 요즘 이곳을 드나들면서 "내가 언제인가 너희들을 접수하고 말테야"라는 매우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다. 녀석들이 물결에 넘실대는 것도 이 같은 생각을 가진 한 인간의 음모를 알아차려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지 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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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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