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17
야호~~~~~~ 오지(奧地) 중의 오지에서 질러보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외침!!
희뿌연 강물 위로 작은 보트 한 척이 유유히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파타고니아 피오르드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이라는 곳이다.
보트가 이동하고 있는 곳은 자료사진 오른쪽 위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이다. 버스사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리오 꼬끄랑 강(Rio Cochrane) 하류에 마련된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버스가 싣고 온 생필품을 '흙 없는 마을'로 가져가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 바로 곁에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작은 바행장이 마련되어 있다.
하니와 나는 또르뗄 뒷산에 올라 리오 꼬끄랑 하류와 동태평양의 피오르드 협곡 사이에 위치한 절경을 눈에 담고 있는 것이다. 안개와 구름이 무시로 피오르드를 감싸며 절경을 만드는 곳.
시선을 돌려보니 저 멀리 강하류 삼각주와 바다가 합쳐지는 절경이 펼쳐진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것처럼 보아지만 이곳 주민들의 수는 2002년 기준 500명 남짓이다.
그나마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흙 없는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을 다녀간 여행자들을 더 많이 만났다고나 할까.. 그들은 만나는 순간부터 이곳의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깔레따 또르뗄에 유일하게(?) 흙이 발견되는 곳은 강히류의 삼각주가 전부나 다름없다. 이곳에도 축구장이 만들어져 있으나 누가 이런 곳에서 공을 차면서 놀까..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공을 차며 놀만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뒷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강하류의 풍경 가운데 습지가 압권이다. 목재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따라 이동하면 버스정류장이나 강하류의 시설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곳은 사람 사는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진 오지일까.. 관련 포스트에서 만나본 오지 중의 오지는 이러하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꼭꼭 숨겨진 비경> 편에 소개해드린 까르레떼라 오스트랄(La Carretera Austral)을 기억해 내면 언제인가 꿈에도 그리던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길은 남미 칠레의 악명 높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가 집권할 당시에 만들어진 길이다. 그는 재임기간 중에 까르레떼라 오스트랄(La Carretera Austral)이라는 이름의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976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1996년에 이르러서야 완공되었다.
도로의 시작은 칠레의 유서 깊은 항구도시 뿌에르또 몬트(Puerto Montt)에서부터 파타고니아 깊숙한 비야 오이긴스(Villa O'Higgins)와 깔레따 또르뗄(Caleta Tortel)까지 장장 1240킬로미터로 이어진다. 출발지에서부터 도착지까지는 중간중간에 놓인 선착장을 경유해야 하며 도시와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에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시간도 대략 난감하다. 경유지에 도착하는 즉시 버스를 갈아탈 수 없는 곳이다.
위 지도에 표시된 깔레따 또르뗄(Caleta Toetel)이라는 곳이 현재의 우치이다. 깔레따는 작은 항구 혹은 선착장이라는 뜻이다.
500여 면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뒷산에 어느 날 하니와 함께 올리 사방을 둘러보니 생전 처음 마주친 절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설악산 공룡능선을 등산할 때 느낀 기분과 전혀 다른 절경들..
어디 하나 막힌 곳 없는 곳에 섰을 때 느낌은 이루 형용할 수가 없었다. 세상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오지 중의 오지.. 서울에 살 때 강남의 대모산이나 청계산 등지에서는 소리를 지를 수 없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 민족에게서 산행의 에티켓 중의 하나가 산에서 소리를 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인간들의 소리에 놀라 살아갈 수 없으므로 ㅂ려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곳은 다르다. 누군가 마음껏 소리를 질러도 주변은 텅 빈 진공상태 같은 곳이랄까..
하니가 두 손을 입으로 모아 큰 소리를 질렀다.
울림은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광활한 삼각주 너머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서 가장 많은 인증숏을 남겼다. 카메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여행의 묘미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노라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등 자기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가 가슴을 짓누르게 될 것이다. 그때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보면 청량제를 들이킨 듯한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세계 최고 청정지역에 살아가고 있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이곳 깔레따 또르뗄에서만 볼 수 있는 녀석들은 소리를 지를 이유가 없겠지..
자리를 이동하면서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자생하는 빨간 꽃 한 송이를 만났다. 한 뼘이 될까 말까 한 작은 나무줄기에 꽃 한 송이를 피웠다. 이곳의 날씨는 꽃이나 열매를 맺기 위한 일조량이 턱 없이 부족한 곳이다. 그런 척박한 곳에서 꽃을 피워낸 식물이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녀석들은 소리를 지를 아무런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 오지 중의 오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3년 4월 8일 아침에 열어본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여행지를 앞에 두고 큰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08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