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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1. 2023

시에나, 어느 포토그래퍼의 자세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여행지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기록 본능..?!!



마침내  깜뽀 광장 (Piazza del Campo)에 도착했다. 깜뽀 광장의 둘레는 333m이고 우뚝 솟아있는 탑 또르레 델 만지아(Palazzo Pubblico e la Torre del Mangia)은 벽돌로 지어진 것으로 88m에 이른다. 중세의 리뽀 멤미(Lippo Memmi)가 디자인하고  뻬루지니 무치오(perugini Muccio)가 지었다.



까마득한 중세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엊그제 상량식(上樑式)을 마친 듯 반듯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내려본다.



시에나를 찾는 사람들은 이 광장에서 쉼을 얻은 다음 시내 중심 곳곳을 돌아보게 된다.



그때 쉽게 만날 수 있는 로마의 건국신화 주인공들을 조각한 작품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하니의 오른쪽에 있는 한 포토그래퍼의 동선이 나와 일치했다.


로마 중심으로부터 꽤 먼 거리에 위치한 시에나에 로마 건국신화의 흔적이 있다는 게 재밌고 놀랍다.



우리도 깜뽀 광장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늑대와 두 아이를 생각하며 환인(桓因)과 그 아들 환웅(桓雄), 그리고 환웅의 아들인 단군에 이르기까지의 삼대에 걸친 단군신화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일까.. 



글을 끼적거리는 동안 로마 건국신화 나름 살펴보니 우리의 신화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삼국유사에 등장한 "바람의 신(風神), 비의 신(雨神), 구름신(雲神) 등을 거느리고 곡식과 목숨과 질병과 형벌제도와 선악의 구별 등을 다스리며 인간세상의 삼백예순 일들을 갈무리하였다"는 기록대로라면, 환웅은 일찌감치 세상에 K-문화를 빛내고 있는 사실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믿을만하거나 당신이 좋아할 만한 문화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아무튼 중세의 풍모를 잘 간직한 시에나 때문에 모처럼 우리의 신화까지 엿보고 있다. 



로마 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두 명의 쌍둥이 형제이며, 그중 한 명은 로마시의 설립자이자 첫 번째 왕이었다. 설립일은  기원전 753년 4월 21일로 기록되어 있으며, 잔설에 따르면 이들은 아네아스(Enea)의 자손인 레아 실비아(Rea Silvia)와 화성의 자손이었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장군인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_Quinto Fabio Massimo Verrucoso)의 설에 따른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아에네아스(Aeneas)의 후손은 로마의 남동쪽에 위치한 알바 롱가(Alba longa)라는 지역에 정착하여 살았다. 누미또레(Numitore)와 아물리우스 (Amulius)라는 형제는 씨족의 상속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동생인 아물리우스는 누미토르의 장자권을 무시하고 무력을 써서 씨족의 우두머리가 된 후, 심지어 형의 딸내미 레아 실비아(Rhea Sivia, 혹은 일리아 Ilia) 베스타 신전(tempio di vesta Roma)의 제사장으로 삼아 결혼을 못하게 함으로써 누미토르의 가계의 씨를 말리려고 했다. 신전의 제사장은 성직자라는 종교적 위치 덕분에 사회에서는 존경받았지만, 평생 동정과 신전의 불을 지킬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물로스와 레무스는 빨라티노(Palatino) 언덕에서 늑대에게 길러졌다고 전해진다. 아우구스투스(Imperator Caesar divi filius Augustus)를 시작으로 로마황제들이 여기에서 살기를 좋아했으며 그 궁전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가축을 치는 시종 파우스툴루스(돼지치기)는 갓난아이들을 제거하라는 아물리우스의 명에 따라 쌍둥이를 바구니에 담아 테베레(Tevere) 강에 띄워 보냈다. 



한편 비탄에 잠긴 실비아는 테베레 강에 투신자살 하였다고 한다. 아이들을 실은 바구니는 얼마 후 강가로 떠밀려가 멈추어 섰다. 때마침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늑대 어미는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젖을 물렸으며, 그리고 딱따구리가 다른 먹을 것을 날아 주었다고 한다. 



이런 전설이 믿기시나 모르겠다. 그렇지만 당시 로마인들은 여러 전설들 가운데 이 전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전하며 실제로 오늘날 로마의 중심은 빨라티노 언덕이 중심이 되고 있다. 바로 곁에 꼴로세오(Colosseo, 콜로세움)가 지어져 오늘날까지 로마를 기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정 <시에나, 살아 숨 쉬는 중세의 화석> 편에서 이렇게 쌌다. 시에나 중심에 다다르면 곳곳에 전설의 상징 로물로스와 레무스 그리고 늑대가 눈에 띈다. 그리고 또 하나.. 여행자의 눈에 띈 어느 포토그래퍼의 자세..



시에나, 어느 포토그래퍼의 자세

-SIENA, 중세의 시간이 멈춘 도시



깜뽀 광장에 우뚝 솟아있는 탑 또르레 델 만지아(Palazzo Pubblico e la Torre del Mangia)은 벽돌로 지어진 것으로 88m에 이른다. 중세의 리뽀 멤미(Lippo Memmi)가 디자인하고  뻬루지니 무치오(perugini Muccio)가 지었다고 말했다. 광장을 서성이는 동안 또르레 델 만지아 탑 아래가 궁금했다. 



희한한 일이었다. 그곳에는 어느 포토그래퍼가 탑을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얼마나 진지한 자세인지 여행자 한 사람이 곁에 와 있는 줄도 모르고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녀가 뷰파인더에도 이런 풍경이 담기지 않았을까..



널리 널려진 사실이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남는 게 사진 밖에 없다"는 말이 실감 날 것이다.



우리 기억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희미해지는 기억.. 나중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가슴에 꼭꼭 놀러 담는다고 한다. 마찬가지이다. 다만,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단상을 담아 브런치에 기록해 두면 멋진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SNS가 대세인 현대에서 기록은 필수이다. 그때.. 진지한 자세로 피사체를 담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가끔씩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어요?"라고 문의해 온다. 대략 난감한 경우의 수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사진기술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런 기록들은 좋은 사진을 찍거나 만드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진을 취미로 살아온 나의 경험칙에 따르면 사진은 "뷰파인더를 통해 셔터를 누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떻게 찍는 것일까..



한 포토그래퍼의 자세를 통해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은 발로 찍는다! 똑같은 장소라 할지라도 시선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여행지에 가시거덜랑.. 당신의 기록 본능을 일깨워 보다 많은 추억을 챙겨 오시기 바란다. 그리고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면 일석이조.. 당신이 행복하려면 이웃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ossile medievale che respira_Siena, Toscana in ITALIA
Il Primo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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