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들의 생활습관에 묻어난 아름다운 배려
내가 좋아하는 도시 속 아름다운 풍경들..
하얀 천막 곁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화분과 이리 저리 뒤엉킨 듯한 배선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 우리 집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를레타의 한 골목 풍경이다.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하니가 화실에서 열심히 드로잉을 하고 있을 때 주로 이 길을 따라 오갔다.
그때마다 눈길을 끄는 풍경들.. 바를레타 시민들의 속내를 단박에 읽을 수 있다.
식물을 사랑하며 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들 곁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 풀꽃들의 삶을 이해하는 그들의 심성이 참으로 고맙고 놀랍다. 어쩌면 우리나라서 절대로 용서 안 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이런 풍경과 관련하여 이웃 한 분이 댓글을 통해 아쉬움 가득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고발(?) 해 왔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생활권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니가 머물고 있는 한국의 우리 아파트에서 목격된 바에 따르면 경비 아저씨들이 아파트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풀꽃들을 일일이 후벼 파내는 한편, 어느 날 화단에서 자라고 있는 천사나팔꽃 줄기를 거의 뿌리만 남기고 싹둑 잘라버렸다. 화가 치밀고 안타깝기도 하고.. ㅜ
아파트 관리소에서 지시를 한 것인지 경비 아저씨 스스로 판단하여 조치를 한 것인지 모를 일이자 알고 싶지도 않았다. 여러분들이 살고 계시는 공동체에서 누군가 입김을 불어넣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경비 아저씨들은 뭐 해요. 잡초가 저렇게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이런 잔소리를 경비 아저씨가 듣거나 관리소장한테 민원이 들어오면 귀찮아서도 처리를 지시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는 결코 이런 불상사가 없다.
위 자료사진은 우리 집 뒤편에 있는 오래된 건축물이자 구도심의 한 풍경이다.
대리석으로 건축한 이 집 지붕과 벽면에는 풀꽃들이 한창 자라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녀석들.. 나는 이런 풍경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사내로 외출하면 늘 녀석들과 눈을 맞추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하다.
모두 다 낡은 듯하다. 그러나 이곳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출입이 잦은 곳이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녀석들을 자유롭게 방치해 둔다.
우리나라서는 절대로 용사 안 되는 풍경이 이곳에서는 무한 용서되는 한편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집 바로 곁에 있는 옆집의 물받이에 기대어 사는 녀석들도 이웃을 참 잘 만났다. 아예 숲을 이루고 있는 녀석들이 대견하고 이웃의 심성이 너무도 아름답다.
가끔씩 들르는 슈퍼 앞 공원에 대추야자 꽃이 만발했다.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곳 바를레타에 살면서 늘 마주치는 녀석들이 너무 고맙다. 사람들의 정서를 맑고 밝게 가꾸어 주는 천지신명의 전령사들.. 우리 곁에 식물 혹은 풀꽃들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식물의 기원(역사)에 따르면 25억 년~30억 년 전에 산소가 지구에 발생하기 시작했고, 산소가 지상 25~30km 지점에서 오존층을 형성했다. 그리고 오존층은 자외선을 차단하게 하여 지구상에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그다음 대략 4억 7천만 년 전에 우산이끼와 붕어마름이 최초로 육지에 상륙하게 되었다고 한다. 4억 천만년 전에 왁스질의 두툼한 껍질을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양치식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식물의 뿌리에 있는 진균이 흙에 있는 질소나 인산 화합물을 죽 식물은 당분을 진균에게 제공하여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것. 식물들은 사실상 우리 행성의 주인이었으며 우리는 식물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신생대(신생대는 6500만 년 전부터 현세에 이르는 지질시대의 마지막 시기)에는 활엽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열매를 맺으며 그 안에 씨가 있는 속씨식물들이 등장한다. 찔레꽃 등의 야생장미들도 등장하고 인류의 농경이 시작되어 콩, 밀, 보리, 포도, 올리브 등을 재배하기 시작한다는 것. 식물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우리가 식물을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바를레타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한 교회(성당) 앞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장례미사와혼인미시가 치러지는 이곳은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며 미사가 봉헌되는 시각에는 화려한 꽃들이 수놓는다.
그럴 리가 없지만.. 풀꽃과 식물들이 없다면 우리네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한 이웃분의 꽃과 식물 사랑에 힘입어 우리 동네 풍경을 돌아봤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이른바 K-문화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위상은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곳 사람들은 보수적인 성격으로 여전히 오프라인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Una bellissima considerazione per lo stile di vita italiano_BARLETTA
Il 03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