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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3. 2023

파타고니아, 운무(雲霧)가 만든 비경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23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천혜의 비경(境) 앞에서..?!!



   서기 2023년 5월 2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보통의 여행자들이 꿈만 꾸고 실천에 옮기기에 너무 먼 여행지.. 그곳에 흔히 만날 수 없는 비경이 숨겨져 있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뷰파인더가 깜짝 놀라며 셔터음을 날리는 곳. 운무가 만들어낸 매우 독특한 풍경들이 어느 날 우리 앞에 등장하며 즈음이 놀라게 만드는 게 아닌가.. 다시 봐도 당시의 감흥 때문에 설렘설렘.. 그 현장으로 떠나기 전에 미리 일러두기를 참조하면 감동이 배가된다.



미리 일러두기


관련 포스트에서 '흙 없는 마을'이라 소개한 이 마을 뒷산에 오르면 리오 꼬끄랑(Río Cochrane) 강 하류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칠레의 피오르드 협만이 합류하는 곳이다. 참고로 칠레의 아이센 주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의 지도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위 칠레의 7번 국도(Carretera Austral-Ruta 7)라 불리는 까르레 떼르라 오스트랄의 지도 아래 깔레따 또르뗄(Caleta Tortel)이라는 지명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디. 리오 꼬끄랑은 리오 바케르(Rio baker)와 합류하여 피오르드 깊숙한 협만으로 흘러든다. 우리의 현재 위치가 깔레따 또르뗄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눈여겨 잘 뵈 두시기 바란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인간의 길과 대자연> 편에서 만났던 발그레한 열매에 이슬이 맺혔다.



신의 그림자가 빼곡하게 촘촘하게 박혀있는 참 귀한 열매이다. 일조량이 적은 이곳에서 열매를 맺을 때까지 노력은 수억 년 전부터 신께서 부여한 달란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강 하류와 피오르드가 만나는 곳곳에 선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운무(雲霧)가 만든 천혜의 비경..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파타고니아, 운무(雲霧)가 만든 비경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23


세상을 보다 더 오래 살고 보면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 특정 분야애 두각을 나타내려면 '미쳐야 한다'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봤을 때 그들은 정상이 아니라 독보적이며 상상 밖의 일들을 해내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미친 인간'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홀연히 종적을 감추게 된다는 것. 



하니와 나는 이곳 깔레따 또르뗄에 머무는 동안 미친 사람처럼 싸돌아 다녔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전부 처음 보는 장면들이었으며, 카메라도 흥분하여 뷰파인더는 미쳐 돌아갔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그때 우리가 미치지 않았다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쳐야 가능했던 장면들을 연출한 건 안개와 구름들.. 



또르뗄 뒷산에 오르면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 가운데 유독 습지의 이끼들이었다.



산은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한 줌의 흙들이 있는 곳에는 여지없이 운무가 자리를 잡고 생명을 키웠다.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고 어느 날 조선땅(?)에서 날아온 여행자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하니가 어느새 오솔길을 따라 산꼭대기에 도착해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날 좀 봐봐..!!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미쳐 날뛰는 현장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자료사진 두 장을 비교해 보면 그녀와 꽤 많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위 자료사진은 줌인(zoom in)한 사진..  아무도 없는 산중에 두 사람 밖에 없는데.. (어디라고 혼자 쫄랑쫄랑..ㅋ)



그녀가 서 있는 장소가 쉽게 눈에 띄는 이유도 간단하다. 흙이 적고 신선처럼 안개와 구름에 젖은 나무들이 떨기나무처럼 변한 곳이어서 숲은 팜파스 평원을 닮았다고나 할까..



그 가운데 강 너머 장엄한 산에서는 쉼 없이 폭포를 쏟아내고 있고 암반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은 구름에 갇혀있다. 이런 걸 선경(仙境)이라나 뭐라나.. 이곳에 신선이 살고 있다면 우의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하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는 여전히 습지의 이끼들을 번갈아가며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참으로 기적 같은 장면들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아마도 이곳에 신선이 살았다면 우리처럼 싸돌아다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신선의 정체는 어떠할까..


선인(仙人)은 신선(神仙. 神僊)이라고도 말한다. 처음에 선인은 인간과는 별개의 신(神)으로 간주되어 방사(方士: 일종의 샤먼)의 중개로 인간에게 불로불사의 약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뒤에는 도가 사상과 결합되어 인간이 수행에 의하여 이룩할 수 있는 것으로 되었다. 선인은 초인적 능력을 지녔으며 속세를 초월한 불로불사의 존재로서 중국인의 이상적 인격상(人格像)이다. 신선설(神仙說) 또는 신선 사상(神仙思想)은 불로불사의 신선 또는 선인(仙人)이 실재한다는 것과 인간이 선인이 될 가능성을 가졌다고 믿는 사상이다.



신선의 역사


신선설은 중국 진(秦) 나라 사람인 갈홍(葛洪, 283~343)의 <포박자>(抱朴子)에 나오듯이 옛날에 황제(黃帝)가 동(東)에 있는 청구(靑丘) 땅에 이르러 풍산(風山)을 지나는 자부선인(紫府仙人)을 만나 〈삼황내문〉(三皇內文)을 받았다(昔黃帝東到靑丘 過風山 見紫府先生 受三皇內文)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상이며 동북아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설화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기원전 3세기경 산둥성(山東省)의 해안지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인간이 선인으로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며, 선인은 인간계와는 별도로 불사(不死)의 약(藥)이 있는 낙원(樂園)에 살고 있는 일종의 신(神)이라 믿었다. 별천지, 무릉도원, 정토, 낙원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낙원으로는 봉래산(蓬萊山) · 방장산(方丈山) · 영주산(瀛洲山)의 삼신산(三神山) 등이 있었는데, 삼신산은 산둥반도(山東半島)의 동쪽 해상에 있으며 멀리서 바라보면 구름으로 보이고 가까이 가면 없어져버리는 신기루와 같은 낙원이다. 또한 불사의 약도 신(神)과 인간을 중개(仲介)하는 방사(方士: 일종의 샤먼)에 의해 제사(祭祀)를 통해서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선인)



신선의 출처가 요즘 세상을 어지럽히는 쭝궈런 혹은 섬나라 원숭이들인 것을 감안하면 신선의 정체가 썩 달갑지 않다. 그런 반면에 운무 앞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쳐 날뛰는 우리가 진정한 신선이자 신선놀음에 빠진 게 아닐까..


작은 물웅덩이에 비친 아름다운 세상.. 



세계 최고 청정지역 파타고니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풍경들인데.. 이끼 위에 올라서니 스펀지처럼 말랑거린다.


간간히 몇 개의 작은 물방울들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바람이 오락가락한다.



비몽사몽 갈팡질팡 오리무중.. 운무가 만든 비경 앞에만 서면 신의 그림자에 휩싸이게 된다.



대한민국판 여자 신선과 남자 신선 두 사람이 천방지축 날뛰는 현장을 신께서 바라보시면 좋아라 하실까..



내 속에 잠든 신의 그림자를 일깨우는 안개와 구름이 연출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상..



어느 날 신께서 우리를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초대해 주신데 대해 무한 감사를 드린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2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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