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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7. 2019

파도의 몸부림에 깃든 오묘한 사연

-어느날 파도가 좋아졌다


다 아는 듯 잘 모르는 자연의 평범한 일상..!!



나의 평범한 일상


서기 2019년 12월 4일 아침나절의 기록.. 요즘 내가 자주 찾게 되는 아침운동 장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이다. 정확히 말하면 바를레타 내항을 보호하고 있는 방파젯길을 따라 걷는 것. 대략 왕복 3킬로미터에 이른다. 다른 코스보다 운동량이 적지만 내가 이 코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파도 때문이다. 방파제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매일 표정이 바뀌는 바다와 함께, 방파제에 무시로 머리를 들이받는 파도의 매력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고향이 부산이었으므로 이 같은 장면을 오래도록 봐 왔다. 태풍이 닥칠 때 바다는 산더미만 한 크기의 파도를 뭍으로 실어 날랐다. 이러한 때 때를 잘못 만난 어떤 선박들은 파도 속에 가렸다 나타났다를 반복할 정도로 무서운 성격을 가졌다. 우리가 아는 쓰나미 현상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파도랄까. 




이곳의 파도는 그 보다 덜했지만  최근 날씨의 변화에 따르면 매우 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땐 바다로 나섰다가 곧바로 집으로 철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날이 개이는 즉시 바다로 나가보면 아주 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짓궂은 얼굴로 방파제를 할퀴기도 한다. 또 밀물과 썰물 때의 모습은 서로 달랐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다 아는 듯한 별로 재미없는 이 같은 현상을 복습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우리가 자연의 현상을 잘 아는 듯 하지만 실상은 이들의 속성에 대해 잘 모르거나 까마득히 잊고 사는 것이다. 파도를 통해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복습하니 이랬다.




밀물과 썰물의 원리


지구와 달에는 서로 중력이 있어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지구는 달 보다 더 커서 중력이 보다 강하다. 학교에서 배운 바와 같이 달은 지구 주위를 맴돈다. 달의 중력 또한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달을 향하고 있는 바다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달의 중력이 강해 바닷물을 달 쪽으로 당기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반대쪽에 있는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달 쪽과 상대적으로 멀리 있으므로 달의 중력이 약하다. 그러므로 부풀어 오를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부풀어 오르는 건 관성의 작용 때문이다.




이날 바를레타 외항은 파도가 넘실거리는데 내항은 잔잔하다. 사진 왼쪽 바를레타 성 뒷쪽에 필자의 집이 위치해 있다. 성까지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하는 곳. 사진의 오른쪽 혹은 왼쪽을 통해 아침운동을 시작한다.


달이 지구를 당기는 힘은 지구별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르다. 가까운 곳은 보다 세게, 먼 곳은 보다 약하게 당기는 것이다. 그러나 고체 덩어리인 지구별은(달 또한) 응집력이 커서 단단히 뭉친 채 달을 향해 끌려간다고 한다. 그런 반면에 달의 반대쪽에 있는 바다는 제자리에 있으려는 관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끌려간다는 것. 


액체의 바닷물에 비해  비중이 더 큰 고체의 지구가 끌려가는 정도가 더 크기 때문에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다는 지구와 달을 잇는 직선 방향으로 양옆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그리고 수직 방향으로는 얕아지는 것이다. 지구가 하루 한 바퀴 자전하는 동안 부풀어 오르고 얕아진 바다를 지나므로 하루에 두 번 밀물과 썰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날 파도가 좋아졌다


아침 운동을 하며 파도가 좋아진 이유는 밀물과 썰물이 일러준 사실 때문이었다. 과학자들이 밝힌 자연현상 뒤에 우리가 잘 모르고 살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구별의 나이는 수십억 년이나 된다. 

인간이 도무지 상상조차 불가능한 까아아아아아마드으으윽한 시간 동안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 하루에 두 번씩 알람을 알리듯 지구별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던 것. 이 같은 현상은 변함없이 이어졌으므로 우주의 거대한 시계와 같은 현상이라도 봐도 전혀 무리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아침운동을 나설 때마다 파도를 관찰하게 되는데 뻔하지만 재미있는 얼굴을 보이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면 파도 소리가 약한 반면에 자연에 도전하는 즉시 파도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내가 살아온 지난 세월을 보는 듯 저항하는 방파제를 향해 마구 할퀴거나 큰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경고음이었다. 이거 이해하는데 평생이 걸렸나.. 아무튼 착하게 살자..!! ^^


UN GIORNO MI PIACE LE ONDE
il 04 Dicembre,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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