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의 공통분모 하나..!!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이 결혼 혹은 동거 등의 형태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는 너무도 다른 두 인간의 성장 배경은 확연히 구분될 정도이다. 당신이 태어난 장소도 다를 뿐만 아니라 출신 성분(?)도 달라 어느 것을 대입해 봐도 동질성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른 두 개체가 한 몸을 이루고 사는 게 너무 신기한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세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현상이며 우리도 그러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인간의 기원을 다룬 바이블에 따르면 더 재밌다. 남자 사람 아담의 필요에 따라 조물주가 배필을 맺어준 것이라 한다.
배필.. 그러니까 남자 사람을 돕는 사람이 여자 사람인 것이다. 아마도 이런 등식을 현대인에게 적용하면 어떤 여자 사람은 발끈할지도 모르겠다. 여자 사람은 맨날 허구한 날 남자를 시중드는 삶을 살아야 하는 팔자란 말인가.. 단연코 아니다!! 여자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실례를 바이블에 언급한 것뿐이다.
바이블에 등장한 남자 사람의 이름은 아담이며 여자 사람의 이름은 이브란 걸 신앙인이 아니라도 다 안다. 천지창조를 통해서 세상의 모든 식물과 육축을 만든 후, 조물주가 맨 마지막에 만든 아담은 당신의 대리자나 다름없다. 그런 그가 당신이 보시기에 심히 안타깝고 딱했던 것이랄까..
아담은 동물들과 놀아나는 한편 조물주의 창조정신에 부합하지 못하는 못된 짓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조물주 당신의 얼굴에 똥칠을 할 게 분명했다. 세상은 드 넓고 여행할 일은 너무 많은데 아담은 에덴동산의 룸살롱에 들러 맨날 퍼마시고 놀고 자빠진 것이다. 한심했다.
따라서 조물주는 가슴에 한 입 배어문 사과를 품은 여자 사람을 아담의 잠자리 곁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아담이 화들짝 놀란 건 당연한 일이다. 숲 속 잠자리 곁을 늘 지키고 있던 육축들은 보이지 않고 당신의 모습을 비슷하게 닮은 한 인간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바이블 66권 속 <아가서>는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1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 산기슭에 누운 염소 떼 같구나
2 네 이는 목욕장에서 나오는 털 깎인 암양 곧 새끼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이 각각 쌍태를 낳은 양 같구나
3 네 입술은 홍색 실 같고 네 입은 어여쁘고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쪽 같구나
4 네 목은 무기를 두려고 건축한 다윗의 망대 곧 방패 천 개, 용사의 모든 방패가 달린 망대 같고
5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태 어린 사슴 같구나
6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내가 몰약 산과 유향의 작은 산으로 가리라
7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
8 내 신부야 너는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하고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가자 아마나와 스릴과 헤르몬 꼭대기에서 사자 굴과 표범 산에서 내려오너라
9 내 누이, 내 신부야 네가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네 눈으로 한 번 보는 것과 네 목의 구슬 한 꿰미로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10 내 누이, 내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보다 진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향기롭구나
11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 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
12 내 누이, 내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
13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고벨화와 나도 풀과
14 나도와 번홍화와 창포와 계수와 각종 유향 목과 몰약과 침향과 모든 귀한 향품이요
15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
16 북풍아 일어나라 남풍아 오라 나의 동산에 불어서 향기를 날리라 나의 사랑하는 자가 그 동산에 들어가서 그 아름다운 열매 먹기를 원하노라
남자 사람 아담은 곁에 누운 이브를 보자마자 첫눈에 홀딱 반한 것이다. 조물주 보시기에 좋았다. 이들은 그 즉시 결혼 서약서는 물론 그 어떤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에덴동산을 한 방에 접수한 것이다. 그리고 이브가 가슴속에 품은 애플의 문양이 속마음을 드러낼 때까지 잘 먹고 잘 살았다.
남자 사람 혹은 여자 사람들의 첫 모습은 대략 이러하다. 어느 날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희로애락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동안 첫눈에 반한 당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돈이라도 잘 벌면 더 사랑할 텐데.. 대궐 같은 집이라도 있으면 보다 더 사랑스러울 텐데.. 그것도 없다면 터프한 섹시남처럼 잘 생겼던지.. 등등 매일 아침 눈만 뜨면 비교 대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내가 처한 현실이자 어쩌면 우리 남자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겪는 슬픔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같은 처절한 현상 혹은 현실 속에서 하늘은 결코 무심치 않았다. 어느 날 새하얀 떡가루를 마구마구 흩뿌리는 것이다. 조물주가 이브를 이 땅에 내려보낸 건 사건도 아니었다.
이렇듯 첫눈이 오시기라도 하면 조금 전까지 바가지를 버억벅 긁던 변질된 이브가 마구 보채는 게 아닌가. 아내는 "당신하고 나 하고 너무 잘 맞는 게 있다면 그건 싸돌아 댕기는 것이야"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첫눈에 반해 만났던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은 그때부터 죽이 맞아 강아지처럼 날뛰게 되는 것이다.
"여보오.. 어서 스틱 챙기고 아이젠 챙겨서 주차장으로 내려와.. 어서!!"
세상에 이런 강아지도 없다! 본문의 자료사진은 서울에서 살 때 거의 매일 다니던 청계산에 첫눈이 온 풍경이다. 첫눈에 반한 사람들이 첫눈 때문에 강아지처럼 천방지축 싸돌아 다니며 포착한 아스라한 풍경들이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PRIMA NEVE DELLA STAGIONE
il Mio paese al Monte Cheongghe, CORE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