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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7. 2019

5억 년을 살아온 원시 식물의 세계

-이탈리아에서 만난 낯익은 함초 

생물이 전혀 살지 못할 것 같은 삭막한 방파제 위에 함초가 살고 있었다..!


한 해가 저 먼치 멀어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일이다. 내가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시간도 어느덧 5개월을 넘기고 있다. 해가 바뀌면 또 한 해가 나를 내팽개치듯 달아날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이렇게 보낸 세월들을 전부 합치면 100년이나 될까..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항구 방파제에서 만난 함초




오늘 그동안 쌓아둔 자료사진들을 뒤돌아 보니, 그곳에 5억 년을 살아온 원시 식물 함초가 찍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히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은 바를레타 항구를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위의 풍경으로, 바다가 사나워져야 살아갈 수 있는 식물 함초(퉁퉁마디)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동안 이곳을 꽤 많이 드나들었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함초가 사람들의 눈에 띄려면 가을이 돼야 하는 것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함초는 보통 4월 초순에 싹을 틔운 후 9월 중순까지 진한 녹색을 띠며 자라다가 9월 중순 이후에는 줄기가 온통 빨간색으로 물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늘 내 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당신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를 만난 것은 지난 11월 중순이었다. 평소처럼 아침운동을 하다가 발그레한 색으로 치장한 함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가 함초인 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해 보니, 가을날 우리나라 서남해 개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함초였던 것이다. 따라서 즉각 사진과 영상으로 두 차례 기록을 남겼다.

내가 기록을 남기는 습관 등에 따르면 피사체가 아름답거나 독특하거나 우리 인간이 알아두면 유익하거나 예술적인 것 등등.. 남다른 풍경이 나를 사로잡아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난 함초가 그중 하나였다. 그땐 관찰자로 하여금 대상을 보는 순간 황홀경에 빠뜨렸다.



주지하다시피 함초는 간척 토양과 같은 염농도가 매우 높은 토양조건에서도 잘 살아간다. 또 바닷물에 함유되어 있는 여러 가지 성분(미네랄)들을 흡수하며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소금에 해당하는 염분을 많이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염생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지구 상에서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식물이기도 하단다. 뿐만 아니라 함초는 오랜 역사 속에서도 진화되지 않은 5억 년이나 된 원시 식물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별에서 5억 년을 살아온 원시 식물 함초의 장수 비결


5억 년.. 차마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까마득히 오랜 시간 저편으로부터, 지구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식물이 함초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같은 식물에 대해서 식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조목조목 늘어놓는다. 식물이라면 식재료의 한 종류로 쉽게 떠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의학 고서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맛이 몹시 짜다는 뜻의 함초(鹹草)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17세기 일본의 의성(醫聖)이라고 하는 대화 본초(大和本草)라는 약물학서에는 함초를 신초(神草) 또는 복초(福草), 염초(鹽草), 사에 쿠사(三技)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불로장수의 귀한 풀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니까 함초는 불로장수를 돕는 귀한 약재라는 것이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불로장수를 꿈꾸는 것은 좋으나 함초의 입장에서 보면 기막힐 노릇 아닌가. 당신들이 나를 취하여 100년을 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의 그동안의 삶을 보면 '말짱 꽝일세' 싶은 것이다. 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로 식재료를 보면 습관처럼 떠올리던 몸에 좋은 식품이 주로 이런 형편이었다.




함초의 특징은 육지에 사는 식물이지만 바닷물속의 여러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다. 또 소금기가 많은 흙일수록 잘 자라는 성질이 있다. 개펄 혹은 흙속에 스며든 바닷물을 흡수한 다음, 광합성 작용으로 수분만 증발시키고 바닷물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만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것이다. 


미네랄은 5대 영양소 중의 하나로 우리 인체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네랄이 부족할 경우 각종 효소의 역할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함초에 이 같은 미네랄이 풍부히 들어 있다는 것. 또 함초는 일정 지역에 무리 지어 서식하다가도 오랜동안 바닷물이나 민물에 잠기면 고사하는 생육특성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염분이 부족하면 자연적으로 소멸되기도 한다. 당신의 삶을 위해 적절한 염분의 환경을 필요로 하는 염생식물이 함초였던 것이다. 그런 함초가 바를레타 내항을 보호하는 방파제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침운동을 통해서 만난 방파제 위의 풍경은 함초가 살아가는데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무시로 변하는 날씨는 바다를 사납게 만들어 방파제 위로 파도로 적시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생물이 전혀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보이는 곳에서 짠물을 흡수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함초의 맛은 염분이 짙은 바닷물을 취하고 자랐기 때문에 짠맛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가 취하는 소금처럼 그냥 짠맛이 아니라 단맛(미네랄)이 살짝 배인 짠맛인 것이다. 보통 염분을 섭취하면 갈증을 유발하지만, 함초에 들어있는 염분은 많이 먹어도 갈증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함초의 이 같은 생리적 작용은 유해물질을 걸러내고 식물의 생육에 이로운 물질만으로 농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함초는 우리 식단에 올라 별미 혹은 약용 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 우리 인간은 불로장수를 위해 함초를 먹어왔지만 정작 함초가 5억 년 동안 지구별에서 원시적인 식물로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강화도 장화리에서 만난 함초




함초의 진정한 특징은 식물학적으로 고생 식물, 즉 원시식물의 형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든다. 자료에 따르면 함초는 다른 식물들처럼 진화하지 않고 고생 식물의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풀이었다. 은행나무나 소철처럼 원시식물에 가장 가까운 화석식물이었던 것이다. 


처음 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을 때에는 잎이 없고 줄기에 가지뿐이었다는 것이 화석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지구별에서 기원이 가장 오래된 모든 식물의 조상이 되는 식물이 함초였던 것. 참 신기한 일이다.


위 자료사진 두 장은 나의 브런치 글 황홀경에 빠뜨린 가을의 최고 명소 중에서 옮겨왔다.


어느 가을날 한 식물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다면, 인간 1인 혹은 다수의 시민들은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지난 자료를 정리하다가 만난 함초 때문에 한 해를 정리하는 일이 약간은 초라해졌다. 그리고 무려 5억 년을 살아오는 동안 당신의 정체성을 조금도 바꾸거나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온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단물 대신 짠물을 통해 진화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종류의 물질을 취해야 무병장수 혹은 불로장수를 누릴까.. ^^



*아래는 지질시대의 식물의 진화에 대한 참고 자료이다.

지질시대 동안의 식물계의 변화(진화)는 4단계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지구 상에 출현한 식물은 약 30억 년 전 출현하여 4억 2천여만 년 전의 조류들로 박테리아나 균류 등의 다양한 미체 유기물들을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고생 식물대로 불리는 실루리아기 후기-페름기 초기로서, 최초의 육상 관속식물이 출현(약 428 mya)하고 교목인 대형 석송류와 속새류들이 번성하던 육상 환경과 석탄 삼림을 형성한 호소환경이 지배적인 단계이다. 이 단계의 후기에는 종자 고사리류를 포함하여 Cordaites 및 침엽 구과류 등의 종자류가 출현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 단계는 페름기 후기-백악기 중기의 중생 식물대로 알려진 나자식물이 발달하고 번성하던 단계이며, 마지막 단계는 후기 백악기 이후 현재까지의 단계로서 소위 신생 식물대라 불리는 현생 식물군의 특징인 피자식물이 우세한 진화의 과정 즉 계속적인 변화의 연속성은 개체뿐만 아니라 식물계 전체의 생태학적인 차이를 고려하여야 하며, 또한 이는 지구 상의 식생 자체뿐만 아니라 곤충류와 포유동물 등의 동물계의 신속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식물계의 진화적인 특징은 형태적 변화의 다양화, 내부 구조의 복잡화, 생식기관의 특성화, 속종의 최다 증가와 광범위한 분포 등을 비롯하여 이 식물계가 갖는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각종 속종들이 갖는 생태적 의미도 커서 고도에 따른 식생의 변화, 교목(喬木)과 관목(灌木), 등목성(藤木性)과 초본성(草本性), 또는 육생(陸生)과 수생(水生)의 구분에 따른 특화된 기관의 발달이 환경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식물의 변천과정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출처: 지질시대 동안의 식물의 진화


Salicornia europaea_Citta' di Barletta PUGLIA
il 26 Dicembre, Muraglioni del Porto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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