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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4. 2019

봄비가 미치도록 반가운 아이들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삶

얼마나 행복해할까..?


요즘 피렌체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일기예보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것. 하늘이 멀쩡해 보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한편, 금방이라도 비를 토해낼 것 같은 시커먼 하늘은 '괜히 우산을 지녔나' 싶게 만들며 비를 참는 것. 컴을 열어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는 이유는 나의 인텐시보 과정 때문이었다. 대략 15분 정도는 걸어야 학교에서 집으로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비라도 오시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오후 전자의 경우의 수가 발생했다.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귀가를 서두르는데(내겐 주말이나 다름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아침에 멀쩡하던 하늘이 마구마구 비를 쏟고 있는 게 아닌가.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일 뽄떼 산타 트리니타(Iil Ponte Santa Trinita) 까지는 동료의 우산을 반쪽씩 나누어 쓰고 왔지만, 그다음부터는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해 집으로 왔다. 물론 그동안 비에 젖었다. 또 시내에서는 우산장수가 반짝 경기를 맞이하며 관광객들과 조우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나처럼 우산을 미쳐 소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  





지난주였다. 창을 열어 날씨를 살피려는데 창문 너머 이웃집 처마에서 이상한 물체가 눈에 띄었다. 처마 밑에 길게 드리워진 청동 물받이에 풀이 소복하게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 것. 자세히 살펴보니 괘 오래된 물받이는 한쪽으로 기울어져있었다. 그러니까 물받이 한쪽으로 지붕에서 떠내려온 먼지들이 쌓이면서 풀꽃들의 삶의 터전을 일군 것이다. 신기했다. 물받이에 흙이 쌓이는 건 이해하겠지만 어디서 날아왔던지 뭇 풀들이 무리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녀석들이 꽃을 피워낼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틀 전 오후, 일제히 꽃을 내놓고 저희들끼리 수다를 떨며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즉각 카메라에 담았다. 참 아름다운 이웃이 생긴 것. 그래서 환기도 시킬 겸 가끔씩 창을 열어 녀석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이다.



"얘들아, 안녕..?^^"


"(일제히)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줌마도 잘 지내시져?!^^"


그런데 이틀 전만 해도 녀석들과 인사를 건네는 동안 작은 걱정이 하나 생겼다. 만에 하나 "비가 한동안 오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게 그것. 한두 녀석도 아니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이웃들이 말라죽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늘은 무심치 않았다. 한 이웃의 기도에 응답을 했는지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짜잔~~~!!





"얘들아, 안녕..?^^"


"(일제히) 아저씨, 비 와요 비.. 비다.. 비비비..!! ^^"


FIRENZE_봄비가 반가운 아이들 Pioggia in via del'Amorino  


이웃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 덩달아 행복해진다. 





그리고 환한 표정의 녀석들을 사진에 담고 그것도 모자라 영상에 담았다. 잘 살펴보나 마나 이렇게 예쁜 아이(?)들은 심성까지 착하디 착하지 아마.. 그렇지만 한 이웃의 눈에 띈 아이들의 삶은 위태롭기 짝이 없어보이는 것. 이들의 삶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마치 우리 이웃의 삶이 그러하듯..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는 이웃이 처한 사정을 헤아리는데 인색한 나머지 나 밖에 몰랐던 것은 아닐까..



"얘들아, 안녕! 우리 또 만나자꾸나..!"


Pioggia in Via dell'Amorino
03 Maggio 2019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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