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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6. 2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이탈리아 COVID-19, 2020년 4월 5일 오후 6시 33분 현재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있을까..?!!


오늘 이탈리아 COVID-19 사망자 +525(누적 사망자 수 15,887)..!!

Coronavirus in Italia: 128,948(확진자 +4,316) casi, 15,887(사망자 +525) morti, 21,815(치료자 +819) i guariti -Il bollettino al 05 Aprile.

어제(Il bollettino al 04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124,632(+4,805) casi, 15,362(+681) morti, 20,996(+1,238) i guariti

-2020년 4월 5일 오후 6시 33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누적 확진자 수는 128,948명(+4,316)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15,887명으로 집계됐다. 치료자 수는 21,815명으로 집계됐다. (출처: www.worldometers.info


최근 꼬뷔드-19(COVID-19) 팬데믹 이탈리아 통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수치가 드러났다. 확진자 수도 줄어들었으며 사망자 수는 156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치료자 수는 어제 보다 419명으로 줄긴 했지만 줄어든 사망자 수가 도드라지는 것이다. 아울러 어제 발행한 관련 소식에 통계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이탈리아의 꼬로나비루스 사태는 서서히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랬다.


꼬뷔드-19(COVID-19) 팬데믹 이탈리아


위 자료 사진은 이탈리아 전역을 물들이고 있는 꼬뷔드-19(COVID-19)의 현황표이다. 끔찍스러운 모습이다. 이 같은 현황표만 참고하면 당장이라도 이탈리아 전역이 비루스 사태로 종말을 맞을 것 같은 참혹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 레뿌브리까(La Repubblica)에 실린 분석표를 참조하면 놀라운 결과가 도출된다.


라 레뿌브리까(La Repubblica) 꼬뷔드-19(COVID-19) 분석표



위 라 레뿌브리까 자료(우측)를 살펴보면 붉은색이 꼬뷔드-19 통계이며, 파란색이 확진자 수이다. 또 황색이 회복자(치료자)이며 검은색이 사망자 수를 그린 도표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좌측 그래프는 이 같은 추이를 백분율(매일)로 나타난 것으로 회색빛 막대가 증가한 것은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여 방어한 결과이다. 의료진과 보건 당국 및 관련자 분들께 경의를 표시하는 바이다. 


이탈리아 꼬뷔드-19(COVID-19) 현황표


아울러 위의 도표는 이탈리아 전역의  꼬뷔드-19(COVID-19)의 현황을 그라데이션으로 표시했다. 푸른색이 짙은 곳은 감염이 심한 곳이자 옅은 곳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다. 이탈리아 북부로부터 중부까지 확산이 고르게(?) 분포된 모습이며 상대적으로 남부지역이 감염이 덜 된 모습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지역의 꼬뷔드-19(COVID-19) 현황표




위 표를 참조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바를레타-안드리아-뜨라니) 지역은 상대적으로 감염이 둔화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며, 뿔리아 주가 확산세를 타고 있는 반면 추가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은 행운의 지역이다. 이 같은 행운을 부른 이유는 딱 한 가지.. 


이탈리아 북부에 꼬뷔드-19가 창궐하는 즉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는 물론 마스크 쓰기를 실천한 덕분이라 평가된다. 이 같은 조치들이 확산되면서 이탈리아 전역의 감염 추세와 사망자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즉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를 떠올리며 아내와 함께한 여행지의 수첩을 꺼내 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하여 유골을 로즈먼 다리에 뿌려달라..!

두 남매는 어머니의 유언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양지바른 곳 혹은 그들의 문화에 맞게 무덤에 매장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오래된 가방 속에서 세 권의 노트가 발견된 것이다. 그곳에는 그들과 아버지가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떠난 사이 일어났던 일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흘 동안의 일이 비밀스럽게 기록되어 있다가 두 남매로부터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난 여정 하늘나라로 가는 구름다리에 이렇게 끼적거렸다. 이어서 이렇게..!



(상략).. 사실이 그러한들 불륜에서 멀어지기 쉽지 않고 로맨스로부터 더더욱 멀어지기 어려운 상황은 결국 프란체스카의 결정에 따라 파국을 맞이한다. 그녀 프란체스카는 나흘 동안의 뜨거운 사랑이 끝날 때쯤 외간 남자 로버트 킨 게이트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장날 시내로 나가는 틈을 타 외간 남자와 도망을 쳐 잘 먹고 잘 살 궁리를 포기한 것이다. 영화 속 그 장면은 비가 오신다. 차창에 빗물이 가득하다. 그러나 어머니의 주검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에 대해 한사코 반대의 입장을 보이던 두 남매는 유골을 로즈먼 다리에 뿌리게 된다..(하략)


유명했던 영화의 줄거리를 소환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Coyhayque)의 리오 심프슨(Rio Sympson) 강 상류에 드리워진 현수교 곁의 자지러진 봄 풍경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브런치 글을 읽어보신 독자분들은 아실 것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숨겨진 파타고니아의 명소로 여행 중에 심각한 허리병(고관절)을 얻어 주검을 생각한 나를 이끌어 낸 곳이다. 



만약.. 우리가 오르노삐렌에서 꼬자이께로 이동할 당시 리오 심프슨 강변에 피어난 보랏빛 초초(Rupines)를 만나지 못했다면, 기적 같은 치료 조차 경험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와 산길을 넘어 멀리 언덕 아래로 꼬자이께 시내가 바라보이는 골짜기는 꿈을 꾸는 듯했다. 나는 다시 몸이 성하게 되면 이 계곡을 꼭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앞에 서서 감개무량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엔 보랏빛 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세상 저편의 풍경이 아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어학원에서 만난 인상 깊었던 선생님


이 포스트는 작성하고 있는 장소는 서두에 언급된 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이다. 불과 두 달 전, 2월 23일 날 아내가 한국의 인천공항을 출발해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한 이후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세월은 어느덧 한 달 남짓 흘렀지만 그동안 지구촌은 엉망진창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아내가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중국과 한국이 우한 비루스 때문에 세계인의 불필요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른바 꼬비드-19는 후진국에서만 발병되는 전염병 정도로 선진국들이 생각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국과 중국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여의 시간이 흐른 후 지구촌의 풍경은 확 달라졌다. 이탈리아가 맨 먼저 비루스와 전쟁을 벌이며 참패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미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정부와 보건당국 및 관련자들과 국민들이 똘똘 뭉쳐 꼬뷔드-19에 대항하며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의료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나는 이 같은 대참사를 이탈리아에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해 두고 있는 것이다. 생전 처음 겪는 대사건이었다.


미리 브런치에 밝혀둔 바 우리가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어쩌면 여생을 이곳에서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르며, 우리의 생애 마지막 여정은 이곳에서부터 출발하게 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늦깎이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된 것이다. 오늘 포스트는 이 과정 일부를 소개로 글을 맺고자 한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 맨 먼저 필요한 게 이탈리아어였다. 특정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초보 단계를 서울에서 겪은 것이다. 서울의 한 이탈리아 어학원에 등록한 이후 매일 코피를 쏟아가며 어학에 열중했다. 마음은 저만치 앞서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으므로 무리가 계속 이어진 것이다.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당시 내 몸무게는 어느덧 10킬로그램이나 줄어있었다. 



10킬로그램.. 푸줏간에서 판매되는 고깃덩어리를 상상해 보면 엄청난 무게가 유체이탈하듯 나의 몸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가뿐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나의 귀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시 나의 담임 선생님은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신 분으로 베네찌아에서 10년을 사시다가 원장님의 초빙으로 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예쁘고 참하며 발랄한 선생님은 아이를 둔 엄마로 교회의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는 선생님께 이렇게 질문했다.


M선생님, 뽄떼(Ponte_다리)는 왜 정관사 'IL'을 사용하나요..?



다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주지하다시피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 혹은 프랑스에는 영어와 다른 관사, 즉 정관사 (L'articolo determinativo) 및 부정관사 (L'articolo indeterminativo)가 성과 수를 구별해 주고 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이런저런 질문이 오가다가 재밌는 성과 수 때문에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때 M선생님은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다리에 남성 정관사 'IL'을 사용하는 건 '남자의 역할' 때문이지요 아마.. 남자는 여자 혹은 노약자를 다리 이쪽에서부터 저쪽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거 같아요. 그래서 일 뽄떼(IL PONTE)..!! ^^ "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다리를 놓고 별의별 수식어를 마다하지 않는다. 건너지 말아야 할 다리.. 수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는 다리..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 등으로 부르며, 연결고리 혹은 이별을 고하는 길로 고쳐 부르는 것. 요즘 지구촌을 뒤흔드는 꼬뷔드-19 사태에서도 이 같은 수식어는 통용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수백수천수만 명의 귀중한 생명들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다리'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그 곁에.. 당신의 몸은 돌보지 못한 채 환자의 치유에 모든 것을 바치고 유명을 달리한 의사들이나 관련 업무에 종사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서두에 펼쳐둔 꼬뷔드-19(COVID-19) 펜데믹 이탈리아 현황표를 살펴보고 있자니,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다리 혹은 의사들의 위대함이 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이루어진 나흘간의 사랑을 통해 망자는 자신의 유골을 로즈먼 다리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했다. 그리고 그의 유골은 아들 딸의 손에 의해 로즈먼 다리에 뿌려지게 된다. 그러나 인류애로 숨진 사람들의 유골은 어디에 묻히거나 뿌려지는 것일까.. 인간을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게 만든 그분들의 묘비명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 써 놓고 싶다. 


아내와 나는 이틀 후, 내가 건넜던 다리를 함께 건너 초초와 풀꽃이 자지러지는 언덕 위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Il ponte più bello del mondo_COVID-19
il 05 April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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