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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4. 2020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

-이탈리아 COVID-19, 2020년 4월 3일 오후 5시 59분 현재

당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해 낼 사람은 누구일까..?!!

Coronavirus in Italia: 

119,827(확진자 +4,585) casi, 

14,681(사망자 +766) morti,

19,758(치료자 +1,480) i guariti 

-Il bollettino al 03 Aprile.


어제(Il bollettino al 02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115,242(+4,668) casi, 13,915(+760) morti, 18,278(+1,431) i guariti



-2020년 4월 3일 오후 5시 59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누적 확진자 수는 119,827명(+4,585)으로 집계되어 소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사망자 수는 14,681명으로 집계되어 전날보다 6이 더 늘었다. 치료자 수는 19,758명으로 집계되어 전날에 비해 49명 더 늘었다. (출처: www.worldometers.info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




위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든 느낌은 이틀 전처럼 '미약하나마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사망자 수가 6명 더 늘긴 했지만,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는 동안 누적 확진자 수와 치료자 수가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한편 사투의 현장에서는 차마 믿기지 않는 소식도 포함돼 있었다. 


의료 붕괴나 다름없는 사투 속에서 산소호흡기 마저 부족해 호흡기를 보다 더 젊은 사람에게 양보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그분들은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나 보다 더 젊은 사람에게 호흡기를 양보하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 노인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다. 삶과 죽음의 촌각을 다투는 사투의 현장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환자를 떠올리면 당신의 선택은 성자라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서기 2020년 4월 3일,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하루 종일 방콕을 하며 컴 앞에서 관련 자료를 뒤적거리는 동안, 인간 세상의 천태만상을 대하며 보다 나은 삶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다. 언제인가 먼 길을 떠나야 할 텐데 잠시 보류해 둔 머나먼 여행 가운데 우리가 빼먹고 있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 하나를 다시금 떠올렸다. 보통사람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자 이 보다 더 쉬운 일 또한 세상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피렌체서 살 때 아내와 함께 걷게 된 이 길은 인적이 드문 곳이며,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를 찾는 세계인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짧은 여행 일정 때문에 쫓기듯 둘러보는 피렌체의 명소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곳. 이맘때 이곳을 찾게 되면 고즈넉한 르네상스의 고도에 빠져들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 때 인구 10만 명이 살았다고 하는 피렌체는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3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니 '밀라노 패션'은 비교 조차 안 될 정도였다고 나 할까.. 해마다 1월 6일이 되면 열리는 성대한 주현절(主顯節, La Befana) 축제 때 만난 중세의 복식은 여행자를 과거로 실어 보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봄이 되어 새싹과 꽃들을 내놓는 언덕 위에 서면 르네상스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틀 전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의 항변에서 이렇게 끼적거렸다. 정확히 이맘때 아내와 나는 피렌체를 찾은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언덕길을 따라 산책을 나선 것이다. 봄볕이 좋은 어느 날 아내와 함께하는 모처럼의 데이트.. 이 데이트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나의 브런치에 기록해 둔 바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다가.. 마침내 우리가 죽기 전에 살아보고 싶었던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볕 좋은 날 아내는 나의 안내에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향기가 폴폴 날리는 언덕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올리브나무 고목이 오래된 성곽 담벼락에 기댄 곳.



나지막한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뽀르따 산 지오르지오(Porta San Giorgio) 4거리에 이르고, 이때부터 좌측으로 돌아 아르노 강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피렌체의 전혀 다른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 길 이름은 뷔아 디 벨베데레(Via di belvedere)라는 곳으로 고즈넉하고 고풍스럽기 짝이 없다. 인적이 드문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 명소'로 데이트 길로 안성맞춤인 것. 



나는 아내와 함께 걸었던 이 길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또 함께 거닐며 발도장을 찍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골목골목은 물론 날이 밝으면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하나가 되어 찾아 나섰던 길들.. 지지고 볶고 살아도.. 아니 지지고 볶으면 볶을수록 더욱더 단단해지는 인생의 길 저 편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게 되면 반드시 기억해 내게 될 추억이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 짊어지게 되는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그게 무엇인지 어릴 때는 몰랐다. 철이 들기 전에는 더더욱 몰랐다. 또 알았다고 한들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철이 들어도 백발이 성성해도 잘 모르거나 실천하기 쉽지 않을 일을 다시금 생각해낸 것이다. 

당장 삶으로부터 멀어지며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운명 앞에서 호흡기를 양보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 이런 절체절명의 운명 앞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해 낼 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먼길을 나와 함께 동행하고, 그 긴 시간을 기다려준 사람, 고통을 함께 하고, 기쁨까지 동시에 공유한 사람이 없었던들.. 삶은 얼마나 차디차고 공허하며 메말랐을 것인가.. 



우리가 걸었던 이 길은 늦깎이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준 길이자 한국에서 홀로 나를 기다리던 아내를 떠올리며 걷게 된 길이다. 그 길을 어느 봄날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만사를 제쳐두고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서로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호흡기를 타인에게 물려준 어느 노인은 사는 동안 사랑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이었던 것 같다.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어준 성자의 삶을 살다가신 분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Cosa fare prima di morire_COVID-19
il 03 April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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