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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1. 2020

순간포착, 포식하는 달팽이

-어느 봄날, 달팽이의 화려한 외출

그 많던 달팽이는 모두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글쓴이가 자라던 어린 시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달팽이는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추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풀숲에서 만난 달팽이는 촉수를 움직여가며 느리게 느리게 제 갈 길로 가고 있었다. 비라도 오시면 달팽이 개체수는 눈에 띄게 불었고 텃밭에서나 멱감으로 갈 때나 어디든지 달팽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짓궂은 아이들은 달팽이를 잡아 멀리 던지거나 발로 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오 불쌍했던 달팽이.. 



난개발로 사라진 생태계와 달팽이


그들은 타고난 운명 때문에 빨리 도망치지도 칠 수도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찾는 사람도 드물었다. 생각건대 달팽이는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개발에 밀려 자취를 감춘 게 아닌가 싶다. 옥수가 흐르던 개울이 시궁창으로 변했고, 마침내 그것 마저도 뚜껑을 덮어 하수관으로 막아버렸으니.. 달팽이(Chiocciola terrestre)는 물론 개울가 생태계는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변한 것이다.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더군다나 어릴 때 잠시 관심을 가졌던 달팽이는 학교에 진학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잊혀가고 있었다. 관심의 대상으로부터 저만치 멀어진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동화책이나 노랫말 속에서 겨우 만날 수 있는 연체동물이었다. 그런 달팽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 요리 학교 주변 혹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었다. 신기했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녀석이 이동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거나 사진에 담기도 한 것. 이탈리아의 농촌은 물론 도시 주변에서도 달팽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침맞게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농사를 짓는 밭이나 논은 물론 도랑 주변의 생태계도 잘 보전되고 있었다. 


북부의 공업도시 밀라노 주변을 적시는 포강에서도 공기 오염은 있을 망정, 농토는 비옥했으며 각종 동식물들이 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 관할 자치주에서는 생태계를 훼손하는 사냥을 주로 금지시켜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잘 지켜지고 있었다. 이런 관습은 이탈리아 남부부터 북부까지 이어지며 웬만한 곳의 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이들의 아름다운 습관이 좋아지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달팽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오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도 다르지 않아서 도시 중심을 나서면 아무 때나 언제든지 풀꽃들을 만나게 된다. 산책을 나서면 카메라에 풀꽃이나 풍경을 담아오기 바쁜 것.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특별한 일이 생겼다. 귀갓길에 아내가 큼지막한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 주워 온 것이다. 달팽이는 아내의 손에서 힘껏 발버둥 치면서 간지럼을 태우다 이내 집으로 도착해 관찰대상이 됐다. 



오늘(20일 현지시각) 산책에서 집으로 돌아온 직후, 촉촉한 화분 위에 올려둔 달팽이가 매우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를 놀라게 하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었던 것.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에 담고 달팽이에 관한 각종 정보들을 열어보게 됐다. 까마득한 시간 저편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달팽이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자기의 정체성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느릿느릿 부드럽게 움직이는 달팽이의 세상으로 들어가 본다. 



달팽이는 어떤 동물인가


주지하다시피 달팽이는 매우 느리게 이동하는 동물이다. 배 부분 전체가 발 역할을 하는데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는 매끄럽게 이동하기가 곤란해진다. 이동할 때 생기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배 부분에 점액을 분비한다. 점액은 달팽이를 보호하기도 하는데, 점액 때문에 달팽이는 면도날 위도 기어갈 수 있다고 한다. 또 달팽이는 움직일 때 다른 달팽이가 분비해낸 점액 길로 가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점액을 덜 분비하고도 이동하기 수월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달팽이의 학명은 가스트로포드 몰루스크(gastropod mollusk)로서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딱딱한 껍질은 달팽이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보호막이 되어 준다. 다리는 없지만, 발이라고 부르는 신체 부위를 사용해서 몸을 끌며 이동하는 것이다. 달팽이 머리에는 두 개의 촉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눈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촉수는 촉각을 담당한다. 또한 후각에 사용되는 크기가 좀 더 작은 촉수 2개도 있다. 



오늘 그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사진과 영상에 이들의 생김새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생겼다. 집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달팽이의 활동이 바빠지더니 화분에 피어있던 꽃을 향해 다가가 먹이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달팽이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달팽이는 대부분 초식성이기 때문에 민달팽이와 함께 농가에서 해충으로 취급되기도 하나, 일부 종은 식용으로도(프랑스에서 백와 달팽이를 식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용되며, 오늘날에는 반려동물로 달팽이를 기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했다. 


아내와 함께 생전 처음으로 달팽이를 관찰하면서 흥미를 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힐링을 시켜주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달팽이를 반려동물로 사육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공간과 관리 기술이 필요했다. 이랬다. 



집에서 달팽이를 기르거나 번식하기 위한 방법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달팽이 번식을 하려면, 달팽이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크기의 테라리움(terrarium)이 필요하다고 한다. 달팽이 번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뚜껑이 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테라리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느려 터져도 도망의 끝판왕이다. 달팽이의 번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게 있다. 이들을 자연적인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달팽이들이 좀 더 오래 살 수 있고, 좀 더 쉽게 번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팽이 번식을 위해 준비한 테라리움 또는 수조 표층에 흙을 깔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달팽이가 기어 다닐 수 있고, 아무런 문제 없이 배설을 할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좀 더 쾌적하고 자연에 가까운 서식지와 유사할수록, 달팽이는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다. 테라리움에는 돌멩이도 넣어주어야 한다. 달팽이가 기어 올라가고, 건강한 유기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칼슘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괘나 까칠한 녀석..) 사정이 이러하므로 함부로 개발한 자연이 생태계를 무너뜨린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그리고 식용 달팽이를 번식하고 싶다면, 맨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모든 달팽이가 다 식재료에 적합하지는 않다는 것이다.(이걸 꼭 먹어야 하나..ㅜ) 달팽이는 자웅동체(雌雄同體, 암수가 한 몸)이다. 번식을 목적으로 수컷과 암컷을 모두 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암컷이나 수컷 중 하나가 없더라도, 이들은 짝짓기를 하고 번식을 할 것이다. 같은 테라리움에 넣어주기만 하면 충분히 번식이 가능하다. 참 재밌는 동물이다. (결혼식이 필요 없다니.. ^^)



뿐만 아니라 달팽이는 생존을 위해 점액을 만들기 위해 높은 습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테라리움의 습도는 100%가 되어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까다로운 녀석인가.. 또 흙을 계속해서 촉촉하게 적셔 주는 것이 좋다.  아울러 테라리움의 온도는 섭씨 20도가량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거나 필요할 경우 램프를 사용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VIP! 온도에 민감한 녀석이네..!)



그리고 녀석들은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식물을 먹어치운단다. 특히 띠모, 바실리코, 로즈마리노와 같은 향신초를 좋아한다고 하므로, 요리천국 이탈리아가 체질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흠.. 꽤나 고급이군..!) 그리고 테라리움을 항상 깨끗하게 잘 관리하는 게 달팽이 사육 팁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달팽이는 청정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귀한 동물이었었어..!


그리고 달팽이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게 있었다. 녀석은 식물을 먹는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먹는다는 것인가. 영상을 촬영하면서 관찰해 본 결과 녀석은 꽃잎을 오물오물 씹어먹는 것 같았으며, 음식을 다 먹어치운 곳에는 어떤 물질이 녹아있는 듯한 흔적이 남았다. 그래서 달팽이는 '식물을 녹여서 먹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생각은 전혀 엉뚱한 발상일 뿐이었다. 달팽이는 이빨을 가진 초식 동물이었던 것이다. 



달팽이의 이빨은 해부학적으로 이빨이라는 용어보다 치설이라는 용어가 적당했다. 치설은 개체당 2만 개 정도 입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달팽이는 치설로 먹이를 야금야금 맛있게 먹고 있었던 것이다. 치설의 구조는 매우 작은 크기로 밀집된 형태인데 먹이를 뜯어먹기도 하고 긁어모아 식도로 넘기기도 한다는 것. 겉으로 보기엔 물러 터진 녀석 같은데 알고 나면 매우 튼튼한 녀석이었다. 


다만 녀석의 이빨은 설치류의 이빨처럼 자라지는 않는 대신, 입 뒤쪽에 치설 낭이 있어서 닳은 치설을 밑에서부터 다시 자라나게 한다니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녀석이다.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자료사진과 영상을 통해 단박에 달팽이와 친해졌을 것 같다. 그런데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잠시 달팽이가 보고 싶어 화분으로 갔더니 큰 녀석 작은 녀석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지들이 갈 데가 어딨다고.. 어두워지면 나타나겠지..!!



* Coronavirus in Italia: 227,364(확진자+665) casi, 32,330(사망자+161) morti, 132,282(치료자+2,881) i guariti -Il bollettino al 20 Maggio. (출처: www.corriere.it)

Acquisizione istantanea, Una lumaca mangiato troppo
il 20 Magg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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