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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1. 2020

천의 얼굴 아드리아해

-내가 만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아드리아해여 일어났느냐..?!!



   나의 현재 위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경계에 위치한 방파제 위에 서 있다. 수평선 가운데 바를레타 항구가 위치해 있고 오른편으로 나지막한 도시가 펼쳐져 있다. 그 가운데 약간 높이 솟아오른 건축물이 바를레타 두오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앞에 두오모와 바를레타 성이 위치해 있다. 그곳에서 현재 서 있는 이곳까지 거리는 대략 5킬로미터..


아내는 거의 매일 새벽부터(대략 오전 5시) 이곳까지 걷거나 뛰면서 산책 겸 운동을 한다. 코로나 비루스 사태 이후 잠시 운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5월 초부터 운동을 재개한 것이다. 이 같은 습관 때문에 아내의 몸무게는 53.5킬로그램(기럭지 163센티미터)을 유지하고 있다. 아내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집에서부터 북쪽으로 대략 5킬로미터 이동한 지점에 자동차 여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바를레타 시민들 일부는 이곳에 주차를 해 두고 가까운 평원으로 조깅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기준으로 북쪽 아드리아해 해변을 따라 걷다가 명소를 발견했다. 명소는 이탈리아 지도의 장화 뒤축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그곳은 아드리아해와 평원이 거의 수평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지명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 지역이며 관련 브런치에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오늘 아침에는 평원과 이어진 해변을 따라 다녀왔다. 참고로 알아두시면 관련 브런치에 올려두는 풍경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어떤 분들은 "이탈리아에 이런 곳도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것이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이탈리아에는 나라 전체가 문화유적지로 도배된 것 같은 느낌 외에도, 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바닷가 풍경들이 맑은 바닷물과 함께 오롯이 펼쳐진 곳이었다. 사진 열댓 장에 꽤 긴 분량의 영상을 준비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촬영된 영상이므로 마치 독자분들이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는 기분이 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현장으로 안내해 드린다. 



천의 얼굴 아드리아해




방파제 위에 서면 바를레타 시가지 등 뒤로 파래가 잔뜩 달라붙은 해변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 노인 한 분이 살고 있다. 그는 이곳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채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검둥이와 백구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살아가는지 할머니 혹은 아이들의 모습은 단 한차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방파제 위에서 파래 낀 해변으로 내려가 바닷가를 걷는 것이다.



오늘 아침 아드리아해는 뭘 하고 자빠졌었는지 아침해가 두~웅실 떠올랐는데도 잠잠했다. 수평선 너머로 거무스름하게 이어진 부분이 이탈리아 장화 뒤축 부분이다. 잔잔한 바다 위로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풍경이다.



그리고 해가 넘어가는 서쪽으로 자동차 두 대가 겨우 지나 날 수 있는 도로가 있다.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로 갈 수 있는 길이며 이 길을 따라 우편으로 휘어지면 최근에 만난 명소가 지근거리에 있다. 평원에는 하지 감자와 토마토가 그리고 각종 야채들이 포도원 곁에서 자라고 있는 곳이다. 유월 아침의 풍경이 가을을 닮았다.



소설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바닷가 어부의 집 앞 풍경은 아드리아해가 떠다민 파래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채 한국에서 온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다. 바를레타에서 가까운 바닷속은 주로 모래나 개펄로 이루어진 반면, 이곳은 작은 돌들이 바닷속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간밤에는 바람이 꽤나 불고 파도가 출렁거렸나 보다.



아드리아해가 면한 동쪽에서 등을 돌리면 그곳에 사구가 펼쳐져 있다. 남쪽에서부터 북쪽을 길게.. 그 너머 평원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가끔씩 바람이 살랑거리며 무시로 뭇새들의 지저귐이 들리는 조용하고 넉넉하며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간밤에 파도가 놀다간 흔적이 해변에 그대로 묻어나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놀다 갔으면 엄마한테 혼났을 테지만.. 이곳은 누가 혼낼 일도 없고 혼이 나지도 않는다. 태초로부터 이어진 행복한 표정이 바닷가에 묻어나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이곳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달님을 만났다.



간밤에 달님은 조가비들과 놀다가 두둥실 저만치 멀어져 있고 곧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다.



매일 같이 만나는 바다.. 아드리아해는 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일이면 색조가 다른 분칠을 하고, 속옷까지 모두 곱고 예쁜 실로 수놓은 것으로 바꾸어 입을 것이다. 참 희한해.. 바를레타 시민들은 왜 이런 데를 놔두고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니는지 몰라..



노인과 바다.. 어느 날 노인이 내게 헐레벌떡 다가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이곳에서 채집을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하다가 손에 든 카메라를 보자마자 표정이 달라졌다. 나는 "그냥, 사진만 찍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노인은 작은 전마선 한 척을 끌고 오길래 "뭘 좀 잡았어요?"라고 물었더니 "전혀요!"라고 대답했다.. 소설 속 노인은 고래만 한 고기를 생포해 돌아오지만 노인의 전마선 위에는 홍합 새끼들이 한 줌 실려있었다. 가난한 어부.. 그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



그는 아드리아해가 기지개를 켜는 아침만 되면 늘 이 바다를 볼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속초에서 만난 어떤 여자 사람은 바닷가에서 모텔을 운영하다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서울 사람들이 늘 동경하는 그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 우울증을 겪으면 어떡하란 말인가.. 


그런데 그녀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의 설명을 듣고 "그럴 수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닷가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텔에서 바라본 바다는 늘 똑같았다고 했다. 어떤 날은 잠잠하기도 했지만, 거의 매일 "파도소리만 듣다 보니 사람이 이생 해지더라는 거야"라는 것. 



만약 그녀가 살았던 동해 바다가 아드리아해처럼 천의 얼굴을 했다면 달라졌을까..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 아내는 흡족해했다. 누가 봐도 천년 고도 피렌체가 더 좋을 것 같지만 사정은 전혀 달랐다. 관광객들이 열광하는 르네상스의 고도에 갈 곳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우리는 자고 나면 거의 매일 아르노 강가로 나갔다. 그곳에서 쉼 없이 흐르는 물을 만나야 마음의 평온을 찾곤 한 것이다. 



물도 세월도 고여있으면.. 가만히 꼼짝하지 않고 있으면 썩어 자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속초의 어느 여인이 겪은 우울증세는 바다가 주범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바다가 거의 매일 같은 표정으로 당신을 할퀴고 있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 장사가 안 되면..ㅜ) 그런 반면에 우리가 만난 아드리아해는 표정이 많이 달랐다. 천의 얼굴처럼 매일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는 것. 오늘 아침에 그런 생각이 다시 든 것도 면경처럼 잠잠해진 호수 같은 바다를 보면서였다. <계속>



Se l'acqua rimane ferma per molto tempo ... Se non mi muovo ancora, sento che marcirò. Si dice che il mare sia il principale colpevole della depressione vissuta da una donna di Sokcho(속초). Ma il mare ti graffiava con la stessa espressione quasi ogni giorno, quindi penso che potrebbe essere. D'altra parte, il Mare Adriatico che abbiamo incontrato aveva un'espressione diversa. Salutarsi in modo diverso, come una faccia di stoffa. È stato mentre guardavo il mare come un lago calmo come uno spettacolo che ho avuto di nuovo questa idea questa mattina. <Continua>

La spiaggia adriatica che ho incontrato
il 11 Giugn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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