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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4. 2020

화실로 가는 길

#6 아내의 도전_소묘 3단계 

도전과 결투의 도시 바를레타..!!



   서기 2020년 6월 22일 오전 8시 50분경, 아내와 나는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 시의 역사적 상징물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바를레타 역사지구(Centro storico)에 자리 잡은 기념물의 이름은 깐띠나 델라 디스퓌다(Cantina della Disfida_이탈리아인들을 조롱한 장소)로 바를레타 인들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장소이다. 



지난 1503년 이곳에서 이탈리아인들을 조롱하던 프랑스 기사들과 이탈리아의 기사들이 담판을 벌인 장소이다. 용기도 없고 나약한 바를레타인들이라고 조롱(Disfida)하던 프랑스 기사들은 기세가 등등했다. 하지만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의 조인을 시작으로, 각각 13인의 기사들이 대결(도전, sfida)을 하여 이탈리아 기사들이 프랑스인들을 물리쳤던 것이다. 



뿔리아 주의 바를레타(Disfida di Barletta)의 역사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욕의 도시가 도전의 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바를레타의 뷔아 치알디니(via Cialdini)가 유명해진 이유가 깐띠나 델라 디스퓌다에 오롯이 새겨져 있는 것. 그날이 1503년 2월 13일이었다. 바를레타 시민들은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축제를 열고 있다. 곁에서 지켜본 이들의 축제는 바를레타 시민 전부가 참여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었다. 


바를레타 역사지구의 뷔아 치알디니 거리를 수 놓은 검은 대리석은 부자들이 살았던 부자동네의 상징이라고 한다. 세상 어디를 가나 빈부귀천을 가리는 일이 횡행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의 도전(la sfida di mia moglie)이 이곳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다. 아내의 그림 수업이 시작되는 수요일과 금요일(최근에는 바캉스 시즌 때문에 횟수를 늘려 월, 수, 금요일) 아침이면, 이 길을 따라 그림 선생님의 화실로 가는 것이다. 아내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하다. 당신의 그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수업에 몰입하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바를레타의 뷔아 치알디니(via Cialdini)의 깐띠나 델라 디스퓌다에 앞에 세워둔 기념비(Monumento alla Disfida di Barletta)의 모습이다. 이 장소는 밤이 되면 리스또란떼 손님들로 차고 넘친다.


이날 아내의 그림 수업은 소묘 3단계에 접어들었다. 아내의 수업 진도가 빠른 것은 그동안 한국에서 부단히 그리고 또 그리기를 반복하며 쌓은 내공이 작용했다. 전혀 문외한이라면 적지 않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을 테지만 아내는 달랐다. 그림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잡념도 없이 수업에 몰두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탈리아(바를레타)의 기사 13인이, 그 잘난 프랑스 기사들을 물리친 것도 이 모습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콧대만 높았던 그들은 "생애 마지막"이라며 목숨 걸고 싸운 바를레타 인들을 절대로 이길 수 없었던 것. 아내 또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곁에서 지켜본 아내는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숙제를 앞에 둔 아이들처럼 깊이 빠져든 모습이었다. 



무시로 진행되는 동시통역이 끝나고 나면 다시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다시 선생님의 지도를 통해 정정하며 배워나가는 모습은 바를레타 기사들이 전의를 불태운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은 소묘 3단계가 마무리되는 과정이어서 마지막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관심있으신 독자분들은 참고 하시기 바란다.)



작가노트


사노라면 전혀 뜻밖의 굴욕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고,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만치 흘러가버린 시간을 보며 애태우고 후회할 날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두 번 다시 정정할 수 없고 연습도 없는 가혹한 시간들.. 다행인 것은 그림 그리기 혹은 예술행위는 삶 가운데서 미처 하지 못한 일을 새롭게 해 보거나 정정할 수 있는 기회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거나 잃어버렸던 시간을 보상해 주는 기회 때문에 아내가 행복해하는지 모를 일이다. 굴욕과 도전의 도시 바를레타에서의 느낌들이다. 



Nota dell'autore


Vivono, si incontrano scene di umiliazione del tutto inaspettate. Non ci sarà un giorno in cui si brucerà e rimpiangere il tempo che è passato senza che tu lo sappia. Ma le nostre vite sono due volte dure, in cui non possiamo fare due correzioni e non abbiamo pratica. Fortunatamente, il disegno o l'attività artistica sono anche l'opportunità di rinnovare o correggere qualcosa che non è stato tenuto nella vita. Forse non so se mia moglie è felice a causa della possibilità di compensare il tempo che abbiamo dimenticato o perso. Sono sentimenti di umiliazione e disfida a Barletta.

La sfida di mia moglie_Strada per lo studio
il 23 Giugn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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