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다의 놀라움

삶의 흐름에 맡기는 대범함을 가져보며…

by 윰다

핸다는 친구 아케요에게 줄 과일을 정성껏 준비해 머리에 이고 집을 나섭니다. 지나가는 길에는 도마뱀도 있고 나비도 날아다닙니다. 예쁘고 알록달록한 과일을 선물하면 친구를 기쁘게 해줄 것 같아 마음이 설렙니다. 길을 가며 핸다는 생각합니다. 노랗고 부드러운 바나나를 좋아할까? 보라색의 향기로운 패션후르츠를 좋아할까? 날카로운 잎이 달린 파인애플을 좋아할까? 아케요가 좋아할 과일이 무엇일지 하나씩 고민해봅니다. 그때마다 어디서인가 동물들이 한 마리씩 나타나 핸다가 생각하는 그 과일을 휙 가져가 버립니다.

원숭이가 나타나 바나나를 슬쩍 가져가고, 타조가 나타나 구아바를 물어 가고, 기린이 파인애플을 긴 혀로 감아 가져가 버립니다. 바구니에는 더 이상 남은 게 별로 없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삶에서 많은 것을 뺏겨서 내게 남은 게 없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나의 시간, 노력, 열정을 다해 공을 들였지만 뜻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마다 사람들은 보통 ‘손실’, 자신이 잃은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겉으로는 당장 손해라고 생각한 사실들이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핸다는 자신이 준비한 과일들을 모두 뺏겼지만,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한 셈이 되고 친구에게로 가는 길 내내 마음만은 기쁘고 행복했을 것입니다.

세상 사는 게 참 재미있는 것이 이제는 모두 다 잃었다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의 개입 또는 의도치 않은 상황의 반전을 통해 또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염소가 갑자기 나타나 그렇게 세게 귤나무를 들이받을 줄은 아무도 모릅니다. 얼마나 귤나무를 세게 들이받았는지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린 귤들이 마치 벚꽃 나무 꽃잎이 떨어지듯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 순간 핸다가 이고 있던 바구니에는 귤이 수북이 쌓여 담기게 된 것이죠. 꼬꾸라진 염소 옆으로 환상적으로 귤이 떨어지고 있는 귤나무의 풍경이라……. 아이러니한 인생과 꼭 닮은 모습이라 자꾸만 그림책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드디어 핸디는 아케요와 만나게 됩니다. 아케요의 마을에는 아프리카 전통가옥들을 배경으로 동네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고,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 옥수수를 다듬고 계시는 할머니도 보이고, 닭들도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케요의 집에 도착한 핸다는 바구니를 내려놓습니다. 바구니를 본 핸다는 귤이 잔뜩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아케요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맙다고, 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두 소녀는 서로 귤을 나누어 먹으며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행복해합니다. 결국 핸다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장 좋은 것을 친구에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선택하고 고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삶이 가장 알맞은 것을 골라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긴 인생의 여정에서 잠깐의 손해나 손실에 크게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내 손에 갖지 못한 것도 어쩌면 먼 훗날 내게 꼭 맞는 것을 잡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 머릿속에서 수없이 손익을 계산하고 따지고 있을 때, 한 번쯤은 대자연의 흐름에 맡겨 상황을 지켜보는 대범함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두 소녀가 귤 바구니를 바라보며 서로 미소를 짓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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