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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Aug 17. 2021

소설 쓰기 #3 _ 다 구상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한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썼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소설을 조금씩 쓰면서 수많은 선배 작가님들의 조언을 찾아보았다. 어떤 분은 스토리를 완성하고 시작하라, 어떤 분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다. 정답은 없지만...... 그런데 나는 후자 쪽이었다.


세계관만 정해진 상태에서 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떤 직업,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한 인물인지 먼저 자세하게 그렸다. 그 캐릭터와 주변 인물 한 두 명. 그리고 반대편 한 명과 떨거지들. 나는 이렇게 작업을 시작했다. 핵심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필요한 요소(인물, 배경, 스토리 등)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의도한 것도 있지만 캐릭터가 손짓하는 대로 글을 채운 부분도 많았다.


완성된 소설에는 다른 스토리로 가기 위해 만들어 놓았던 장치들이 남아 있다. 무슨 말인지 어렵나?

나는 누군가 호수에 빠지는 장면을 넣으려고 했다. 구조하러 가는 인물의 정의감+함정에 갇히는 것까지 표현하려 했지만...... 캐릭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함정까지는 너무 과하다고. 그래서 정의감까지만 표현하고 함정은 다른 것으로 묘사했다. 퇴고하면서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피식 웃곤 한다.

소설 속 인물 스스로가 알려준 팁이 좋은 결과를 불러 왔다.


처음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플롯은 정해서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계획 후 소설을 쓰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 분명 바뀔 것이니까. 그리고 모든 걸 다 만들고 소설을 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적당한 선에서 일단 타협을 하고 글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오전에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카피만 논의드리고 컨셉 논의를 못 했더라고요. 이런 느낌의 표지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샘플 도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원하시는 형식이나 색감 등 표지 디자인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내 자식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 어떻게 해야 더 예뻐 보이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까? 베스트 책은 더 예뻐 보이고 덜 팔린 책은 표지가 덜 예뻐 보이고, 내 글과 맞는 색감과 스타일은 뭘까? 오전부터 고민하고 있는데 풀리지 않는다. 답답하지만 9월이면 책이 서점에 나오고 내 품에 안길거라 생각하니 그저 흐뭇할 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이 감정을 꼭 느꼈으면 좋겠다. #1에서 말했듯이 상상력이 8할이다. 혹시 묵혀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면 더 상하기 전에 얼른 꺼내시길.
아래 음료 이름을 맟추는 분에게 9월의 제 소설을 무료로 보내 드립니다. 딱 한 분! 쉽진 않을 겁니다. 저도 이게 그거야? 했으니까. 아무튼 약속! ^^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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