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큼 어려운 단어나 처음 접하는 단어가 아니라면 소설이든 수필이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이실직고하자면 몇 년 전에 '내밀하다'는 단어가 애매해서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소설을 쓸 때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떠오르는 단어는 각자 다를 것이다. 하늘을 보고 단순히 푸르다고 할 수도 있고 파란색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더 단순히 말하자면 그냥 하늘이라고 해도 된다. 어쨌든 풍경을 보고 내 머릿속에 딱딱 써지는 단어가 중요하다.
<갑자기, 느닷없이, 순간, 순식간에> <말하다, 내뱉다, 주장하다, 속삭이다> 거의 같은 의미지만 쓰임은 조금씩 다르다. 상황에 따라 같은 듯 다른 단어들은 너무나 많다. 어떤 단어가 이 문장에서 가장 어울릴까? 그러나 그 우열을 가리기 전에 많은 단어가 떠올라야 한다.
단어 후보군이 많아야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막상 쓸려고 하면 단순한 단어만 생각나고 반복된 단어에 매몰되어 풍성한 문장은 쉬이 나오지 않는다. 그 답답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잘 쓴 소설이란 쉬운 단어의 조합으로도 작가가 만든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글이다. 반복된 단어를 절제하고 적당한 지점에서 마침표를 찍어 주는 센스까지.
여기 내가 읽었던 소설 중 단점만! 단점만! 말해 보고자 한다. 당연히 좋은 소설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생각이 없다. 너는 얼마나 잘 쓰냐며 욕하고 싶으면 9월에 나오는 내 소설을 읽어 보시길.
무라카미 하루키 : '기사단장 죽이기' - 표현이 어려워서 읽었던 뒷장을 다시 넘기는 참사가 가끔 일어남. 두 권을 다 읽어야 하는 인내가 있어야 함.
기욤 뮈소 : '종이 여자' - 빠른 진행은 좋았지만 결말은 내가 그리는 것과 너무 달라 다소 충격적이었음
히가시노 게이코 : 용의자 X의 헌신 - 등장인물의 이름이 끝까지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음. 이름 확인하느라 여러 장을 뒤로 넘기는 대참사를 경험함.
이미예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대박 소재를 허무하게 버렸음. 도입부를 제외한 전체적 흐름이 너무 밋밋함.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다가 끝났음. 2탄을 위해 무언가 숨겼다면 인정(나왔으니 읽어보고 다음에 리뷰해 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