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머릿속의 영상을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몰입도가 판가름 난다.
소설의 시작은 상상 그대로를 써보는 거다. 보이는 것을 순서대로 잘 써보는 것이다.
1.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2.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하고
3. 하품을 하며 양치를 한다.
떠오른 영상 그대로를 적는다. 딱딱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이게 반복되다 보면 글은 유연한 문제로 변할 수 있다. 처음부터 멋지게, 폼나게, 기가 막히게 쓰려고 하다 보면 서사를 빠르게 가져갈 수 없다. 일단 보이는 영상에만 집중해서 표현해 보는 거다. 채식주의자 같은 책이 하루아침에 써졌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지? '
한 남자가 식탁에 앉아 북엇국을 먹고 있다. 상상하는 것을 쓰면 보통은 이렇게 써진다.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셨더니 빈속에 소주를 마실 때처럼 뜨거움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문장은 어려움 없이 써졌다.
남자는 해장을 하기 위해 그릇까지 들고 국물을 흡입했다. 그만큼 과음을 했고 해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았을까? 내가 저 남자였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빙의해서 느껴보자.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고민 고민...
남자가 소설 속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국물과 소주 느낌이 비슷하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
뜨거운 국물의 짜릿함은 빈속에 소주를 마실 때와 다르지 않았다.
굳이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시고, 그 뜨거움이 빈속에 소주 먹는 느낌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쓰지 않더라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두 번째 문장처럼 쓸 수 없다.(쓰는 분도 계시겠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문장의 반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잘 쓰려고만 하다 보면 글을 항상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치고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떠오르는 영상을 있는 그대로 써보자.
한 가지만 기억하자
질은 축적된 양에 비례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