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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Sep 02. 2021

소설 쓰기 #16 _ 당신이 흔들렸던 이유가 뭐야?

내 첫 소설의 첫 계약 때가 생각난다. 사십 여 군데 투고를 했지만 대부분 답이 없었고 미안하다는 메일을 받았었다. 어느 날 아침에 전화가 와서 *** 작가님이냐고 묻더라. 나는 세 번째 소설까지 모두 다른 이름의 가명을 쓴다. 해서 출판사의 연락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왜 떨어졌다는 통보를 전화로 할까?'


그러나 그것은 출간제의 전화였다. 너무 기뻤다. 나이가 들고 그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




나는 첫 소설의 도입부 A4 20매 이상을 완전히 드러낸 적이 있다. 이유는 어떤 소설을 읽고 난 후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읽은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들었다. 당시의 쇼크는 지금도 생생하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올라오는 길, 경부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우연히 들었던 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덕분에 내 소설의 초라한 도입부를 돌아보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내가 독자라면 몰입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심한 것은 20매가량을 다 들어내고 새로운 내용을 쓰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오로지 그 부끄러움에서 시작되었다. 서울로 가는 차에서 고민 고민했다.

어떤 방법으로 독자인 나를 절벽으로 밀었는지
왜 빠져 들었으며 충격은 어디에서 받았는지
나는 빠른 재생 속도로 다시 듣고 들으면서 그 흐름을 확인했다.

나는 새벽까지 몰두했고 그날 쓴 도입부가 지금의 소설의 내용이 되었다.(비록 아침 햇살을 보며 잠들었지만 단번에 A4 16장 이상 쓸 수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달았다.)


내가 첫 소설을 이렇게 썼다고 자아실현적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한 권이라도 소설을 읽었다면, 그것이 기억에 남는다면 어떤 지점에서 당신의 마음이 훅~ 갔는지 알아야 한다. 최소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유가 어떤 장치 때문이었는지, 원인을 분석해 보라는 것이다.


소설 속 어떤 지뢰를 밟았고, 어떤 지점에서 터졌고, 그래서 가슴이 떨렸고, 놀랐고, 눈물이 났고, 흥분했고, 결말이 아쉬웠고, 화가 났고... 내 마음이 어떤 이유로 흔들렸는지 그 문법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 그럼 한번 해볼까?

오늘 당신 읽었던 그 의미 있는 소설을 한 권 꺼내자.

내가 흔들린 이유, 그 장치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그리고 준비하자
누군가를 흔들리게 할 대단한 소설
이젠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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