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퇴사해도 행복할 수 있어요?

by 윤음

쓰는 일은 무용한 일이면서도 효용가치는 확실한 일이다.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꿩이 고개를 풀숲에 가리고 제 몸을 다 감춘 듯이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고, 운동을 가야지, 가야지 마음을 골백번 먹었다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합리화해 버리는 일과도 비슷하다. 쓰는 일은 언젠가 떠났던 여행을 추억하듯 그립다가도 현실을 정신없게, 혹은 허망하게 보내다 보면 결국 아득해져 버리고 만다. 시간을 내서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미루기도 했다가, 어둠에서 빛을 찾듯 더듬더듬 시간이 들더라도 결국 손에 쥐어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여행기를 다 쓰고 나면 글에 일상을 그리면서 생각을 뻗어가는 장으로 삼아야지 했다. 조금 더 주변이 정리되면, 시간들을 돌이켜 그 시간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으면 글을 올려야지 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까지도 여행기는 매듭짓지 못했고, 아직 나는 정의되지 않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퇴사를 하고 어느덧 7개월가량이 되었다. 퇴사 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 새로운 것들을 이뤄가는 사람들 틈사이 방황 중인 내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느껴온 것들, 지금도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풀어내고 싶다. 내가 쓴 글이 나를 자라게 하는 용도로 오롯하게 쓰이길 바란다. 거름과 가지치기, 물과 햇빛 같은 것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비칠까,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까 염려하는 일은 지나친 일반화이다. 항상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간과하게 되는 사실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고, 좋은 에너지는 옮겨가기 마련이며, 내 주변에는 충분히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더듬거리며 용기라는 자판을 두드려본다.


이제 나의 불안의 덩어리를 덜어내었으니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질문일지 모른다. 한동안 나도 만나는 이들에게 대답해 왔다.

퇴사하면 행복할까? 후회하진 않을까? 불안하진 않을까? 어떻게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YES AND..

초창기에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퇴사에 대한 고민이 시작이었다. 퇴사는 충분히, 꽤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선택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행복했고 후회하지 않았다. 홀가분했다. 이 글을 클릭해 들어온 사람들이 원하는 답이었을 것이라 생각도 든다. 대이직시대를 지나 요즘은 무작정 퇴사하지 말라는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각자가 원하는 답이, 듣고 싶은 말이 있을 뿐. 그렇다고 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다. 삶이 100%의 불안 상태, 100%의 행복 상태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대신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얻고, 어떤 고민이 필요하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불안과 행복의 상태는 끊임없이 파도를 이뤄 굽이친다.





아무것도 나를 얽매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적나라하고도 서서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이 낯설었고 사실 아직도 친해지는 중이다. 우연히 어릴 적 앨범을 보는데 웃고 있는 작은 아이가 어쩐지 정겨우면서도 애틋했다.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이라면 나에게 이만한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또 생각하겠지.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이 글을 읽고 있을 어렸을 당신도, 지금의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글로써 불안을 잠재우고 조금씩 넓혀가는 사람이기에 다시 글 앞에 있다. 그로써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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