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 우리는 강원도 고성의 바닷마을 카페에서 디저트를 시켰다.
츄러스 휘낭시에와 소금 발로나 초코 휘낭시에*.
나는 스물 아홉 살이었고, 한 해 동안 세 명의 남자친구를 사귄 뒤 (그보다 더 많은 남자와 데이트를 했을 것이다) 세 번째 남자친구와 함께 하고 있었다. 한 달 반 가량 만난 그와 연휴를 맞아 바닷가로 여행을 왔다. 카페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로 거의 만원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의 휘낭시에에 대해 알았고 창 너머로 보이는 동해안의 수평선과 이 달콤하고 촉촉한 향연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우리는 통창 유리 앞에 앉아서 바다를 내어다보았다. 그는 나를 위해 포크 날로 휘낭시에를 잘라 주었고 고소한 조각을 입 안에 넣어주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진한 초콜렛, 딱딱하고 쫀득하게 구워진 모서리와 쫀쫀하면서도 포슬하게 으깨지는 속.
허기를 달래려고 먹지 않을 때에만, 그러니까 이 달콤한 기쁨이 배고픔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우리의 호의이자 부풀어오르는 애정으로서 입 속을 감쌀 때에만 우리는 디저트의 섬세함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그를 만나던 즈음 나는 열량과 영양의 등식에 갇혔던 시절에서 벗어나 마침내 진정 맛을 탐하고, 그 미각적이고 향기로운 시간을 연료로 관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같이 먹을 게 많다."
세 번째 데이트 때 우리는 입술에 맛의 자국을 묻히고 서로를 향해 속삭였다.
그리고 그 말은 옳았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요리했으며 만지고 입맞추었다. 주말 아침, 침대 시트에 파묻혀 서로의 입 안에 포도알을 넣어주거나, 가디건을 두르고 베이커리 테라스에 앉아 버터프레첼과 에그타르트 그리고 커피로 잠을 씼었다.
겨울에 그는 사랑을 고백했다.
"너와 함께 있는 게 너무 너무 너무 좋아."
나는 그에게 응답했다.
"너랑 같이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어."
나는 연애를 계속 해왔고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랐다. 그 세 번째 남자는 계속 남았고, 그 뒤로도 디저트의 달콤함이나 점점 편해지고 풍부해지는 몸의 감각과, 우리 관계를 연결지어 생각하곤 했다.
달콤하고 포근하고 향긋하고 섬세하고, 짭짤하고 깊고 응축되고 채워지는 것. 냄새가 가득한 곳, 뒤섞이고 소화되는 곳. 열리고 열리고 열리는......
그 시절, 호의로 세상을 대하고 오늘의 시간을 맛보는 것이 어쩐지 우리를 위해 제일 중요한 일인 것만 같았다.
*휘낭시에
프랑스에서 유래한 구움과자로 아몬드 가루와 태운 버터를 주재료로 만들어진다. 버터를 연한 갈색이 될 떄까지 끓여내 수분을 날리고 유지방의 풍미를 응축시켜 고소하고 깊은 향을 만든다. 달걀 흰자만을 넣어서 만들기에 묵직하면서도 쫀득하다.
고성의 한 비밀스런 카페에서 (사실 비밀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카페 이름을 여기서 밝힌다. TACIT) 우리는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더해 츄러스 맛을 낸 휘낭시에와 발로나 초코칩과 소금 청크를 넣어 달고 짠 맛을 낸 독특한 레시피를 맛볼 수 있었다.
태시트 TACIT
강원 고성군 청간정길 25-2 태시트
**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 『맛』에 나오는 '과자' 묘사를 필자가 본인 입맛에 맞추어 일부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