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거야.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야.
시간은 약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다고 무뎌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시간은 그저 버티는 법을 배우게 한다.
하루를 버텨내고,
일주일을 버텨내고,
한 달을 버텨내고....
눈앞에 닥친 시간의 양만큼 애처롭게, 위태롭게 버텨내는 것이다.
할당된 양의 시간이 지나면
오늘도 하루를 버텨냈구나. 그렇게 위로하면서 또 다가올 시간을 버티게 된다.
그렇게 버티는 주체는 시간이 아니라 바로 나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내가. 버티면서 이 시간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무덥고, 그렇게 폭우가 쏟아지고
한 발 한 발 내딛기 숨찼던 여름이
이제 지나가고 있다.
매미소리가 아닌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
절망 밖에 느낄 수 없었던
여름을 버텨냈다.
앞으로 가을도, 겨울도, 봄도 버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