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기분이 좋다.
절에 들어가는 길도 좋고,
산이 감싼 듯한 그 안온한 느낌도 좋고
법당 안에 피운 향 냄새도 좋고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도 좋고
대웅전 문을 열 때 느껴지는 오래된 나무의 삐그덕 소리도 좋고
다 좋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도
절이 정제시키는 그 청아한 느낌이 있다.
통도사는 집에서 차로 50분 거리다.
대한민국 3대 사찰이 그 정도 거리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통도사에서도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극락암이다.
통도사에서 길을 따라 들어가 고개를 넘는다.
이윽고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다리를 건너고
평지와 함께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순간 가슴이 확 트인다.
이곳이 극락으로 가는 길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숲으로 들어선다
그럼 또다시 펼쳐지는 극락,
울창한 소나무 숲이 춤을 추며 반긴다.
극락암의 좋은 점은 인심이 후하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마련한 음식은 통도사 내에서도 가장 정성스럽다.
공짜 커피도 항상 마련돼 있다.
오는 사람들에게 퍼주고 싶어 하는 주지 스님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오고자 했다.
극락으로 가는 그 길이 좋아서,.
그리고 매번 부처님 오신 날에 함께 오던
아버지와의 기억에.
이번엔 오랜만에 나와 통도사 숲길인 무풍한솔길을 걸었다.
매번 차를 타고 쌩하니 지나친 곳인데
왠지 이번엔 걷고 싶었다.
통도사에서 주차장까지 왕복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노송은 춤을 추고, 흙길은 푹신했고 개울물은 맑은 소리를 내며 흘렀다.
엄마가 손을 갑자기 꼭 잡으셨다.
수줍게 데이트하다 손잡는 남자친구처럼,
엄마가 내 온기를 느끼려,
아니 엄마의 온기를 전해주려
손을 꼭 잡으셨다.
나는 장난스레 그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엄마는 좋아하신다.
다시 통도사 쪽으로 향한다.
왕복 5 천보 정도 되려나
힘이 들어 무풍한솔길 중간쯤 있는 카페에 들렀다.
카페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따뜻한 레몬 몬유자차를 마셨다.
옆에서는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
바람은 차지만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겨울은 가고 다시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