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연휴에 오빠 집에 하루 갔다.
이유는 오빠가 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자가.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엄마와 나를 초대한 것이다.
엄마는 가기 몇 주 전부터 설레어하셨다.
코스트코를 두 번이나 갔다.
"돈으로 주면 다 알아서 할 건데"
라고 옆에서 몇 번을 말해도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휴지, 세제, 기어코 이불(독일제로 엄마와 내가 쓰는 이불인데 너무 좋아서 엄마가 거의 전도사급)도 하나 사셨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신선식품을 사기 시작하셨다.
손주가 좋아하는 각종 과일을 담았고 옷도 샀다.
그뿐이랴.
김장하고 못 줬던 김치, 된장, 간장..
집에 먹을 건 남겨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어 담으셨다.
트렁크가 들어갈 자리 없이 뺵빽했다.
엄마가 행복한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했다.
오빠는 지난해 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병가를 내고 집에서 한 달 지냈다.
좁은 집에, 층간소음에, 전세에, 주차전쟁에 시달리는
집을 보며 심경의 변화가 왔나 보다.
마침 근처에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왔고
결정도 빨리 내렸다.
물론 좀 무리해서.
자가인 오빠집은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내부는 리모델링이 싹 다 돼 있었다.
애들 방도 하나씩 생기고,
무엇보다 오빠 방이 하나 생겼다.
서재처럼.. 물론 게임을 더 하겠지만
나름의 꿈을 구석방에서 펼치고 있었다.
오빠는 애들 대학 갈 때까지는 악착같이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잘될 거다라고 말해줬다.
그날 밤 옆에 자던 엄마는
"이제 신경 안 써도 되겠다"
라면서 안도하셨다.
지금까지 엄마 마음에 응어리였다.
물론 서울경기와 지역의 차이기는 하지만
타지에서 집 없이 고생하는 오빠가 마음에 항상 걸렸었다.
엄마도 할 만큼 했다고,다 엄마 덕이라고
옆에서 칭찬해 드렸다.
1박 일정에,
삼시세끼 먹고 온 오빠네 집 방문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절에 들러
1박을 하며,
오빠의 행복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