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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없는 엄마의 결혼기념일

by 집녀

4월 24일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다.

항상 아빠가 챙기던 날이었다.

엄마는 뭐가 좋은 날이냐고 하신다.

두 분 사이가 잉꼬부부처럼 절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굳이 결혼기념일에는

엄마를 끌고 가서 점심 외식을 하셨다.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2023년 4월 결혼기념일에는

경양식을 드시러 가셨다.

수변공원, 광안대교가 보이는 집 근처 레스토랑에 가셨다.

내 기억에 그곳을 내가 추천드렸다.

어디 경치 좋은 곳에서 식사하고 싶다고 하셨고

마침 런치세트가 괜찮은 듯해서 아빠에게 말씀드렸다.

그게 두 분의 마지막 '조촐한' 결혼기념일 의식이 되었다.


횟수로 치니 올해로 50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이걸 글을 쓰면서... 세어보니... 알게 됐다)

아마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좋은 데 가시자고 했을 것이다.

아침에 혼자 소파에 앉아 '50년을 살았네.. '혼잣말하셨을 것이다.


요즘 아빠가 다시 꿈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동안 잠잠했는데,

다시 자주 나오신다.

꿈에서 그냥 일상적인 모습으로 나와 함께 생활하신다.

꿈에 돌아가신 분이 나오면 안 좋다 하지만

그런 말 믿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아빠를 꿈에서 만날 수 있으면,

아빠가 못다 한 말을 하신다면

나는 좋다. 계속 나오셨으면 좋겠다.


오늘 점심에 엄마를 잠시 불러내 식사를 할 것이다.

신경 쓰지 말라는 엄마의 말은 무시다.

아빠가 최근 꿈에 자주 보이는 것은

아마,

엄마에게 맛있는 점심을 대신 사드리라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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