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이 시작되던 그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제대로 드시지 못했다.
엄마에게 요리는 곤욕이었으리라.
아빠가 좋아하시던 된장찌개를 끓이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빠가 좋아하시던 소고깃국을 끓이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빠가 좋아하시던 고기류를 굽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때까지 요리라는 것은 엄마에게,
엄마 자신 보다도 아빠를 위한 행위였으리라.
뭘 먹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 그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없는 아빠를 두고
혼자 살겠다고 먹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으리라.
그저 물에 밥을 말아먹고,
김치와 채소반찬으로 한 끼 한 끼 어렵게 때웠다.
그걸 안타까워하는 주위 분들이
가끔 보양식이라도 탕국을 끓여 오거나
이모가 해준 반찬으로 끼니를 이어갔다.
엄마가 갑자기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 와중에 엄마가 유일하게 먹고 싶었던 것이 있다
바로 콩국수.
원래도 여름이 오면 엄마는 콩국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잘 먹어주지 않으니 몸이 요구했으리라.
단백질이 들어와야 한다고!
뭐라도 입맛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에
콩물을 사 와서 콩국수를 해 먹었다.
집에서 엄마와 나는 그렇게 힘든 시기를 버텨 나갔다.
아무것도 들어간 것 없는,
그게 영양이 되겠냐 싶겠지만 콩국수는 단백질 그 덩어리였기에
그것 만으로도 얼추 기력을 챙길 수 있는 영양식이었다.
다른 맛있는 것을 챙겨 먹으면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아빠는 콩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얀 콩국을 먹으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덜했다.
오늘,
일요일알 맞아 점심에 엄마랑 콩국수집에 갈 생각이다.
맛있는 집도 알아 놨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엄마의 기력을 챙기는 일이다.
내게 남은 소중한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