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두렵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걷기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미국에 친구가 있다면 묻고 싶었다.
적어도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른다고 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한 사연들도 나왔다.
나처럼 조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의 말'은 달랐다
나는 혼자 도태되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전 세계적인 팬더믹이긴 하지만 왠지 나만 오롯이 그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뭔가 건설적인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 먹고 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나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약용은 유배 생활을 하면서 5백여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한 권 한 권마다 어려운 내용을 다룬 책을 그야말로 찍어내듯이 써낸 것이다.
물론 정약용의 유배생활은 18년이다. 그래도 5백여 권을 쓰려면 한 달에 3권 가까이 썼다는 말이 된다.
나는 그런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노력파도 아니다. 천재도 아니다. 정약용의 일화를 되짚으며 절망에 빠졌다.
운동하는 3시간 정도를 빼고는 먹고 씻고 자고 드라마 보는 것 밖에 하지 않는다.
놀고먹는 것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 낭비. 인생 허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지금 3시간 운동은 거의 빠짐없이 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뭔가를 의도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시간으로서 3시간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눈 떠 있는 시간을 전부 다 활용하는 것이, 아니 잠자는 시간마저 줄여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좋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3시간이라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훌륭한가. 왜냐면... 여태껏 이렇게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3시간이라도 열심히 하자며 마음을 다 잡는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