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차/ 3시간짜리 인간, 그래도 발전한다

by 집녀

‘나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


문득 두렵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걷기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남들도 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겠지?

아니 아무것도 못하겠지? 어디 갈 수도 없는데 뭘 해. 아닌가?

다들 집에서라도 뭔가를 하고 있는데, 아니 다들 몰래 좋은 곳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나만 진정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인가?

이래도 되는 건가?’


미국에 친구가 있다면 묻고 싶었다.

적어도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른다고 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한 사연들도 나왔다.

나처럼 조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너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의 말'은 달랐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너도 아무것도 하지 않길 바라!’


나는 혼자 도태되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전 세계적인 팬더믹이긴 하지만 왠지 나만 오롯이 그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뭔가 건설적인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 먹고 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나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약용은 유배 생활을 하면서 5백여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한 권 한 권마다 어려운 내용을 다룬 책을 그야말로 찍어내듯이 써낸 것이다.

물론 정약용의 유배생활은 18년이다. 그래도 5백여 권을 쓰려면 한 달에 3권 가까이 썼다는 말이 된다.


나는 그런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노력파도 아니다. 천재도 아니다. 정약용의 일화를 되짚으며 절망에 빠졌다.


운동하는 3시간 정도를 빼고는 먹고 씻고 자고 드라마 보는 것 밖에 하지 않는다.

놀고먹는 것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 낭비. 인생 허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말이야’


나는 지금 3시간 운동은 거의 빠짐없이 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뭔가를 의도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시간으로서 3시간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눈 떠 있는 시간을 전부 다 활용하는 것이, 아니 잠자는 시간마저 줄여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좋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3시간이라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훌륭한가. 왜냐면... 여태껏 이렇게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3시간짜리 인간이다.

나는 24시간을 3시간밖에 못 쓰는 인간이다.

그래도. 그거라도 하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3시간의 무언가는 하고 있다.


나는 도태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날마다 3시간씩의 발전을 하고 있다’


3시간이라도 열심히 하자며 마음을 다 잡는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