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모서리에서

by 전지시

불 켜진 창마다 다른 이야기가 흐른다

나는 네가 없는 장면을

끝없이 되감는다


거리엔 담배 연기처럼 얇은 비가 내리고

가로등 불빛이 깨진 거울처럼 번진다

그 속에서 나는

한때 사랑이었던 얼굴을 더듬는다


너의 이름은

이제 입안에서 서늘한 금속 같다

한 번 굴리면, 피 맛이 난다


우리는 결국

한 장의 필름처럼 타 들어갔고

남은 건 잿빛 프레임과

잠 못 드는 도시뿐


새벽의 끝자락,

나는 아무 말 없이 불을 끄고

네 그림자를 지운다

그러나 유리창엔,

아직 너의 실루엣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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