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거리

떠나지 못하는 골목 어귀에서

by 전지시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거리엔 끝이 없다는 걸

한 걸음 다가서면

그는 한 걸음 물러난다는 걸


그럼에도 나는

그 거리를 떠날 수 없었다

닿지 않아도,

가끔 닿을 뻔한 순간이

지나치게 선명해서


사라지지 않는 온기 하나에

자꾸 머물렀다

잊는 것보다,

기다리는 쪽이 덜 외로운 날들이 있었다


그의 손길이 다녀간 자리엔

언제나

그가 아닌 내가 오래 남았다

그건 미련이 아니라,

어쩌면 마지막 믿음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가 오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가만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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