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습도

by 전지시

너 없는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았다

한 해의 절반쯤은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지고

나머지 절반은

네가 없이도 괜찮은 나를

연습했다

기억은 말라가는데

그리움은 눅눅하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내 마음엔 자꾸

물기가 찬다

잊는 건

끝나는 게 아니라

묻는 일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땐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이내,

그래도 좋았지

로 바뀐다

남들은

지나간 사랑은 다 그런 거라지만

나는 아직

시간을 과거형으로 부르지 못한다

계절이 다섯 번 바뀌면

조금 나아질까

그때쯤엔

네가 왜 그렇게 웃었는지도

흐려질까

그리움은

낡은 편지처럼

자꾸 펼쳐본다

구겨진 감정을

다시 손바닥으로 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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