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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 Mar 03. 2024

시작할 용기를 선물 받을 때

아홉 번째 주, 고마움



이번 주는 신기하게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두 번이나 얻은 한 주였다. 낯설고 쑥스러워서, 서툴러서, 시간이 없어서. 하찮은 핑계에 둘둘 말아 방구석 어딘가에 처박아 뒀던, 방학 숙제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낼 수 있는 용기를 선물 받았다.






'주식투자? 너는 분명히 잘할 거야'


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에요. 라며 살아왔다. 글쎄. 왜 이렇게 단정 짓고 살았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어릴 때 아버지가 주식투자로 꽤 큰돈을 잃으면서(다행히 가계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엄마의 잔소리는 꽤 컸던..)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졌을 거라 추측 중이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마음 한편에는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내 모습이 어떨지 종종 상상하곤 했었다.


'진짜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불장난 같은 호기심을 난 주식투자와 맞지 않다는 단호함으로 소각시켰다. 10년지기 친구 S를 목요일에 만났는데 이 친구는 주식시장에서 오랜 시간 재미를 보고 있는 친구다. S가 나에게 포텐셜이 있다며 이 만남을 자청했고, 난 별다른 기대 없이 친구 얼굴이나 보고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나 쳐줄 마음으로 나갔다.


그의 투자 이야기를(기술적인) 듣고 나니 생각보다 간단해서 나도 한번 해 볼 수 있겠단 욕망이 근질거렸다. 동공이 반짝이는 걸 눈치챈 친구는 우선 100만 원 이하로 시작하는 걸 추천했다. 그리고 굳이 먼 길을 돌아갈 필요 없다며 본인의 투자 방식 몇 가지와 참고할 것들을 정리해서 보내줄 테니 조금씩 따라 해 보며 나만의 투자 스타일을 찾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똑같은 걸 100명에게 알려줘도 결국엔 100가지 스타일이 나타나더라며 하루에 딱 한 시간만 투자해 보라는 말과 함께.


S가 나에게 주식투자를 권한 건 단순 돈 버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그 세계에 대해 몇 번의 관심을 보였던 탓도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함께'하고 싶어서였을거다. 자기가 찾은 가능성을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는 것. 아무런 대가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걸 알기에 S가 왜 나에게 주식투자를 알려주는지 잘 알고 있다. 기대에 부응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 번은 발을 담가야 할 운명이었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고맙게도 든든한 친구가 옆에 떡하니 있으니까.






'인스타 해보는 거 어때?'


평소 오지랖이 넓지 않은 성향의 친구 A는 얼마 전 나의 엉뚱한 꿈 이야기를 듣더니 부쩍 이런저런 조언과 응원을 해주곤 한다. 그러다 뜬금없이 인스타 이야기를 건내왔다. 참고로 나는 인스타를 그만둔 지(사진 몇 장과 계정만 남은) 오래되었고 한다고 해도 피드에 올라온 친구들과 내 취향의 착장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게 전부일 뿐이다.(간혹 기분이 좋으면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A도 이런 나의 인스타 쓰임새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에게 인스타를 다시 할 것을 추천한 이유는 나의 꿈과 관련된 것이었다.


"아마도 10년 후에 나는 에세이 작가가 되어 있을 거야. 이건 목표가 아냐. 꿈이야."


얼토당토 않은 나의 꿈 이야기에 그는 다소 당황했지만 응원만큼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브런치 글에 피드백도 열심히 해주고 인스타를 만들어서 나의 개성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지 기획까지 해준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이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서 응원을 해주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친구가 잘 되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 그게 정말 고마워서 계속 고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나보고 취했냐고 되묻는다. 하하.(당시에 만취 상태긴 했다.. 크흡..)


그래. 일단 해보자. 아무렴 어때.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인스타 감성? 그런 거 잘 모르지만 모를 때마다 얼굴에 철판 깔고(이런 거 잘 못하는 성격이다.) A한테 도와달라고 할 작정이다. A가 끌어들였으니까 조금은 도와주겠지. 네가 책임져!!







먼저 손 내밀지 않아도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떼어주는 것. 애정 없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 나는 나대로 잘 살고 있는데 친구가 더 잘 되었으면, 친구가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아기처럼 순수한 마음에 고마움과 감동이 되풀이되었다. 어쩌다 보니 이번 글은 S와 A에게 감사 편지를 쓰게 된 것 같은데 사랑받고 있단 행복에 한껏 취해서 그런가 보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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