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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Mar 14. 2018

까치집

180314

까치가 집을 짓는다.

사람들 발에 툭툭 차이는 무심한 가지들을 야무지게 부리 끝으로 물고는 날아오른다. 공중곡예사처럼 아찔하게 나무 꼭대기 잔가지들 사이에 주워온 가지들을 차곡 차곡 돌려서 쌓는다.


저기서 알도 낳고 잠도 자고 길가는 사람들 구경도 한다는 거지? 허술해보여도 제법 단단하게 짓는데, 별일이 아니라는 듯 동작도 절도가 있다. 저건 까치의 DNA 안에 저장된 노하우일테니까.

근데 저 중에서도 어떤 까치는 더 둥지를 잘 짓고, 다른 까치들의 부러움도 살까? 그런 능력이 있으면 짝짓기에 유리할까? 알도 많이 낳을 수 있을까?

이렇게 땅값 높은 곳에 무허가로 베짱도 좋게 집을 다 짓고 난 뒤. 저 까치의 시선에서 보는 강남 테헤란로의 풍경은 어떨까? 쟤는 왜 저렇게 길을 가다가 우리집을 노려보고있는걸까? 그러다가 왜 웃을까? 까치가 웃는 날 보며 참 별일이다 했을 거다.


(난 이사 언제 하지 - 근데 어디로? 난 비싼 곳을 원하는게 아니다. 그저 깨끗하고 쾌적한 곳. 세상 부러울 게 없이 드높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어서 나를 나의 아름다운 마지막 집으로 데려가 주겠니. )


봄이 왔다. 정말이다.

즐거운 일들을 행복한 일들을

많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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