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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5. 2020

깊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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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며

깊이 있는 자유를 생각한다. 바다 속에서

그 무엇도 거칠 것 없는 물 속에 길을 만들고 또 지우면서 헤엄치는 물고기  

그 바다는 우주이고 우리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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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요가 명상을 하러 가서 한 친구를 알게

됐다  어두운 탈의실 의자에 혼자 앉아 있길래 나도 모르게 그냥 말을 걸었다.

이유는 그냥 사소하고 작은 것. 요가 매트 때문이었다. 밖으로 나와 차를 마시며 앉아 있다가 그 친구도 토끼를 두 마리 키운다는 걸 알았다. 바로 옆에 있는 분도 토끼를 키운다고 했다. 그래 토끼는 그저 바라만 봐도 명상이지 그럼그럼. 난 우리 토민이는 참 신사 명상가라고 아주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 친구는... 토민이 사진들을 보며 8살인데도 아직 완전 아기 눈망울이네요 라고 말했다. 그건 나도 항상 느끼는 것. 야생의 토끼, 공원의 토끼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눈빛 부터 확연히 다르다. 깜짝 놀랄만한 살벌함이 느껴지고 위엄이 있다면 대장토끼다. 나는 공원에서 어떤 보스토끼를 만났다가 물린 적도 있다. 산책하던 토민이를 지키려다가. 근데 토민이의 의외의 모습은 공원에서 만나는 개도 보스 토끼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듯 소리까지 내며 덤빈다는 것이다. 자기를 지키고 또 나를 지켜주는 것 처럼. 하지만 그만큼 여리기 때문에 나오는 뜻밖의 모습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렇게 흥분한 토민이를 꼭 안아주면, 얼마나 심장이 빨리 뛰는지 두 눈은 얼마나 더 커져있는지. 더 꼭 안아주면 토민이는 내 잠바 속을 파고 들어 팔을 끼우는 구멍 속까지 들어가버린다. 아이쿠야. 그렇게 한팔이 불룩한 채로 공원산책을 끝내곤 하는 것이다... 측은하고 소중한 내 소중한 존재야 내가 꼭 세상 끝날 까지 지켜줄게.

또 하나 토민이의 놀라운 점은 자기 보다 어린 토끼가 옆에 있으면 꼭 몸으로 감싸서 보호해준다는 것. 우리 토민이의 멋진 점은 그런 것들이다. 용감하고 책임감있고 그리고 순수하고.

그 친구와 느릿느릿 거북이 같은 소곤소곤 토끼 토크를 이어갔다. 지금 키우는 토끼 샬롯과 지베르니 중 한 마리는 어릴 때 다른 토끼에 코가 물려서 모양이 변형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 애를 보고 안타까워 어느 농장에서 데리고 와서 키운다고 했다. 코를 다친 그 토끼는 무척 겁이 많아서 혼자서도 가끔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한다. 반면 다른 토끼는 시크한 분위기라고.

그 친구는 또한 어디 갈데 없는 사람들이 와서 지낼 수도 있고, 명상도 하는 쉘터공간을 한남동 근처에 냈다고 했다. 나는 놀라워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나도 늘 사람들이 편히 쉴 곳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은 집을 친구들에게 기꺼이 내어주며 편안히 쉬다 갈 수 있게 해준다. jade blanc 아직 아무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그게 이 축복받은 집의 이름이다 . 어떤 아픔의 공기도 남기지 않고 정화하는 집. 근데 그 친구는 쉘터를 만든 일에 대해... ‘그냥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게 다 내게 복이다 라고도 했다. 그리고 해운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그곳의 분위기.. 광안리와 얼마나 다른 느낌인지 등.. 계속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주어 좀 토끼처럼 귀엽고 고마웠다. 1년 간 혼자 명동 성당에 다녔다는 말을 하는 그 친구. 초등학교 때라고 했다... 난 어떤 사람들에게는 질문을 하기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차라리 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픔들을 그가 어떻게 치유해 왔는지가 더 듣고 싶다

상처받았다는 관념과 생각 등은 씨앗처럼 그냥 박혀있을 뿐 그걸 탈탈 털어서 바다에 그냥 버리자. 물고기들의 맛난 밥이 될것이다. :)


어제 프로그램은 우연히도... 치유호흡 시간이었다. 필요했는데... 힘들진 않았고 긴장 되어있던 어깨와 몸의 근육들이 풀렸다. 끝나고 명상을 더 할 사람은 남으라기에 혼자 명상을 40분 정도 했다. 문 밖에서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차를 마시는 소리 달그락 거리는 주전자 소리가 있었지만 귀에까지 닿진 않았다. 누군가 등 뒤를 지나가고 조도를 낮추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깨어 있었다. 다시 주위가 고요해져서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명상을 하다가 눈을 떴다. 개운했다. 어제 지도해주신 미소천사 선생님과 명상에 대한 의견 나눔을 하고 차를 마셨다.

어제의 밤산책은 적당한 그 공기의 온도가 전부 다했다. 사랑스러운 회나무로에서 잠시 서서 경리단길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이태원 쪽으로 새로운 길로 걸어가보았다. 아무도 없는 골목이 따뜻했다. 이태원역이 가까워지는 길목에서부터 다시 세상의 소음이 시작되었다. 스팅의 desert rose 를 들었다. 케밥 냄새가 풍기고 외국인들의 다양한 체취도 음악과 잘 어울렸다. 모두 오래 남지 않고 스치고 흩어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향기도 사람도 음악도 언제나 영원한 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딘가로 새로운 무엇이 되어 재탄생 된다. 이를 테면 desert rose 를 들으며 걷는 한 사람의 내적댄스로 ㅎ


끓은 우유 거품처럼 순간 올라왔던 모든 것들을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정리를 하고 잠시 놓고 나온 뒤. 그냥 앞을 보며 한참 걸으니 또 삶이 순간순간 새로 시작되는 걸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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