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점 우물 Apr 28. 2020

다락방 일기

20200428 - 1  <책상형 인간>

다락방 일기라는 섹션을 만든 이유는 내가 온라인에 글을 남기기 시작하던 싸이월드 클럽 시절부터 쓰던 제목이라 익숙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락방이라는 말이 주는 비밀스러운 안락함 그리고 작업공간으로써의 분리 감(혹은 자가격리의 용이성..)때문이기도 하다. 내 이미지 속의 다락방은 유럽의 망사르드 지붕 형식으로 지붕창이 있는 형태이고, 긴 나무로 짠 마룻바닥과 앤틱 한 책상이 있고, 언제나 누웠다가 신속히 일어날 수 있는 긴 소파가 있다. 침대는 (결코) 안된다.

걸을 때마다 약간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는 그 바닥을 무척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하체에 피가 몰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산책을 하고, 나무들이 우거진 한가로운 거리 쪽으로 난 창 가까이 가면 일광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채광이다. 하지만 창을 벗어난 구석으로 갈수록 깜깜해져서 안 보이는 구조를 하고 있어야 한다.

방의 구조와 배치 등은 일종의 자기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상상 속의 다락방은 항상 문을 열고 닫으면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마법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공간에서 난 컴퓨터가 아닌 펜과 종이로 글을 쓰는데. 이건 너무 스테레오 타입이라 생각되어 이제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애플 맥북 프로로 바꿔봐야겠다. 로직 작업도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게.

실제 우리 집 같은 경우, 서재겸 거실인 공간은 책장과 책상 위주로 배열하여 두었고,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단지 소파와 책상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멀다. 소파에 앉아서 책상을 바라보는 자의 마음은 괴롭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다가 돌아와서 허리를 펴고 소파에 누워 쉬다 보면 그곳이 천국이라... 다시 책상에 앉는 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주말이나 연차를 내고 시간이 넉넉할 때, 해야 할 작업이 있어 앉아야 할 때는 모든 것을 잊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기도 하다.

물론 상상 속의 다락방 공간에서는 난 늘 충실히 책상에 앉아있다. 머지않아 책상이 될 사람인 것처럼.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과 같이 살던 때에 일체 관섭받지 않은 나만의 작업 공간이 절실해서, 그 상상 속의 공간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이젠 나의 집과 내 서재까지 마련되어있으니 ㅎ 나여,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조금 더 분발해보는 건 어떨까?  


다락방 일기에 이제 자주 일기를 써보려 한다. 이 말이 쓰였기 때문에 다시 스스로와 계약되고 ㅎ 약속되었고, 이후 지속될 것이다. 2021년 4월 28일까지. 그다음은 그때까지 생각하기로 하자.


오늘의 외면 일기>

바람이 심하게 부는 화창한 날의 거리를 유리창을 통해 보았다. 새잎이 돋아 머리끝부터 노랑 초록으로 청량한 나무들을 바라보는 나는 건물 안의 한 유리조각 상 앞에 서 있었다. 파란 촉수가 사방으로 뻗쳐있는 작품이다.

파란 촉수가 창을 뚫고 나가 초록 나무들을 뒤흔들고 있는 듯한 환상 속에 서있었다. 겨울에서부터 봄으로 그리고 여름으로 지난 계절은 앞선 계절의 온몸을 잡고 흔든다. 곧 불타는 빨강 다 타버려 하얗게 작열하는 여름 가운데 서 있겠지. 그때의 나는 부디 안녕하기를 내내 안녕하면서 가야 할 길을 계속 정진하기를


며칠 전 전생에서 본 남자(전생의 나)를 그릴 것이다.

그리고 매홍 빛 주황빛에서 하얗게 빛나던 태양과 새벽의 바다를 그릴 것이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흰 공작새들을 계속 그릴 것이다.


이와 같은 자기실현적 예언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계획에는 없었지만 나의 깊은 무의식과

신의 뜻에 따라 이뤄지는 현실의 창조와 성취들도 따를 것이다.

결국 생각한 대로 쓴 대로 이뤄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별비 내리는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