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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모르기에 전부를 걸어보는 거지

2023년 라디오 오프닝_32

by 정윤
같은 나무여도 매번 다른 결실을 맺는다는 게 참 신기하지

전 2-3주에 한 번 본가에 내려갑니다. 집에 가면 집밥도 먹어야 하고, 가족들과 밀린 이야기도 한가득인 데다 귀여운 진돗개 강남이와도 놀아줘야 하니 매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참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집에 다녀왔을 때 그간 집에만 가면 정신없이 보내느라 안중에도 없던 저희 집 마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버지가 정성스레 가꾼 식물들 키가 못 본 새 한 뼘은 족히 자랐고, 어느덧 형형색색의 꽃들도 한가득 피어있는 겁니다. 게다가 체리까지 잔뜩 열려서 익은 체리들은 실컷 따먹기까지 했어요.

이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 탐스러운 열매를 얻기 위해 아버지는 그간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으셨을까 싶어 졌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예쁜 꽃을 피워낼지, 올해는 더 많은 열매를 맺어줄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쏟아보는 정성과 열정.

어쩌면 결과를 모르기에, 얼마나 큰 기쁨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걸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 목표처럼 말입니다.

지쳤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을 응원하는 밤, 6월 18일 일요일의 굿나잇 레터였어요. 오늘의 첫 곡입니다. 이적 나침반 함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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