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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까지 소중하다

2023년 라디오 오프닝_25

by 정윤
찰나가 영원이 될 수 없으니 매 순간이 더 소중한 법이지

지난해였나요? 이 선택지도, 저 선택지도 모두 난감하지만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밸런스 게임이 유행한 게요. 극단적인 상황들만 주어지는데 그중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하니, 난감하기도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웃어넘길 법한 질문도, 비워가 약한 저에겐 다소 더러운 질문도, 진지한 질문들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이별하고 나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걸 기억하기, 아니면 모든 걸 잊어버리기’ 꽤나 오래 고민했던 질문이었어요.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망각이라고 하지만, 상처받았던 순간 때문에 행복한 순간까지 모두 잊어버린다는 게 과연 행복한 일일까.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흐릿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몽땅 잊어버리는 건 싫더라고요. 모든 걸 기억하겠단 결정에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었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제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소중한 시절들이기 때문에 한 선택인 거죠.

특별할 게 없는 오늘도 언젠가 그저 잊히겠지만, 억지로 없는 셈 치고 싶진 않은 마음이랄까요? 오늘은 그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기억하고 싶은 법입니다.

지쳤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을 응원하는 밤, 5월 27일 토요일의 굿나잇 레터였어요. 오늘의 첫 곡 띄워드립니다. 거미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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