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남산 타워
서울에서 가장 싫어하는 곳을 꼽으라면 남산 타워다. 남산 타워만 생각하면 초여름의 후덥지근해지려는 바람이 심장의 가장 약한 곳을 스치고 간다. 물리적으로 욱신거린다. 그런데도 남산이 보이는 풍경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아름답다고도, 생각한다. 광화문과 종로와 시청과 명동과, 대충 서울 한 중간 아무 언저리나 지나다니다가 어느 순간 보이는 남산타워가, 어떤 길의 소실점 끝에 반드시 있는 그 기다란 탑이 싫고 아름답다. 내게 서울이 그러하듯이.
오늘도 아무 데서나 남산 타워가 보였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건 그렇고 "서울 N 타워가 싫다." 이렇게 쓰는 건 너무 이상하잖아,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이상하다고도 생각한다.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을 산 게 아까워서 시작한
나 자신과의 1년짜리 약속.
ps. 나에게는 셀프 약속을 잘 어기는 재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