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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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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Sep 16. 2018

한밤중에 나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018.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그건 제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크리스토퍼의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가장 현명한 길을 제시하고, 크리스토퍼의 생각 너머를 꿰뚫고 있는 것 같았던 시오반 선생님은 크리스토퍼가 마지막 질문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거기서 갑자기 연극이 끝나고, 관객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을 안은 채로, 그러니까 불편하고 어렵고 복잡하고 풀 수 없는 인생의 문제를 떠안은 채로 얼떨떨하게 커튼콜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이지, 영원히라도 박수를 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단 내게 벌어진 의문의 사건은 이것이다. 왜 지금 자도 네 시간도 채 못 자는 거지? 한 달 전의 나는 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무려 알람까지 맞춰가면서 마이런 10km 달리기를 신청한 거지?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한 달 전으로 돌아가서 나 자신을 수사해서 비밀을 파헤치고 싶다. 도대체 왜 이런 무모한 결정을 했는지.


수학 문제라도 풀면 잠을 잘 수 있을지 몰라.



그림일기 365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을 산 게 아까워서 시작한

나 자신과의 1년짜리 약속.


ps. 나에게는 셀프 약속을 잘 어기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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