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루이스는 남편이자 화가인 요크, 고등학생 아들 세바스티안과 함께 사는 주부였습니다. 그런데 세 명이 사는 것치곤 집이 꽤 거대했어요. 3층으로 이루어진 목조 주택에는 크고 작은 방이 많았죠. 식품 저장고로 쓰이는 반지하실부터 부업으로 만든다는 양초 작업장, 요크의 미술 작업실, 게임기가 가득한 세바스티안의 방, 빨래방 등 탐험할 곳이 가득했습니다.
유럽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보던 주택 있잖아요. 집안에서 숨바꼭질하기 딱 좋고, 어린아이가 숨는다면 찾기 힘든 그런 곳.
창밖으로 아기자기한 텃밭과 끝없이 펼쳐진 뒷동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때는 겨울이라 텃밭에 어떤 작물이 심겨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죠. 만약 제가 겨울을 피해서 왔다면 손에 스위스 흙을 묻혀가며 농사일을 돕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뿐입니다.
아, 그런데 예상치 못한 손님도 있었어요.
영국에서 온 안드레아스와 헝가리에서 온 발나바스였죠.
맛있는 당근 케이크를 구워주던 미국 여행자도 있었는데, 그녀는 제가 도착한 다음 날 바로 떠났습니다.
아무튼, 뜻밖의 여행자를 만나 놀랐습니다.
스위스 가족과 지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는데 외국인 친구와 더불어 지낼 줄은 몰랐거든요.
집이 거대하다 보니 손님 여럿 있어도 여유롭습니다. 평생 네모난 아파트나 원룸에서만 지냈더니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가끔 휴양지에서 좋은 리조트나 호텔에서 지낼 때 있잖아요? 그때도 지내는 공간은 좁은 사각형 안입니다. 이렇게 주택 한 채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할아버지 댁 말고 딱히 떠오르질 않습니다.
여기가 스위스라서 제가 넓은 목조 주택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건 아닙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떨어진 외곽 지역에만 가도 충분히 크고 넓은 주택이 가득하잖아요. 뭐, 공기 좋은 곳에서 펜션 하나 독채로 빌려 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사람이 직접 사는 주택에서 한동안 지내는 건 분명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한 가족의 생활양식을 체험할 수 있거든요. 그곳이 외국이라면 관광지에 없는 독특한 문화를 만날 수도 있겠죠.
루이스네 집에서 느낀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집 안을 거닐다 보면 남편 요크가 그린 꽃 그림과 직접 만든 나무 가구가 가득했어요. 찬찬히 구경하다 보니 불현듯 루이스의 프로필에서 봤던 문장이 떠올랐죠.
“우리 가족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 그저 재활용품을 열심히 분류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물이나 전기 따위의 에너지를 절약하며 살아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루이스 가족은 실상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삼갔죠. 어쩌면 플라스틱이 없던 시대로 잘못 도착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케아(IKEA) 같은 곳에서 값싸고 편리한 가구를 구매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가구 대부분을 손수 만들어 썼습니다. 요즘같이 바쁜 사회에 직접 만든 가구만 들이는 집이 얼마나 있을까요. 물론, 손재주가 좋은 요크에게 가구를 짜는 일은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웬만한 애착이 아니고선 힘들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은 말 그대로 자연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것이죠. 환경오염을 시키는 불필요한 공산품 사용을 줄이고, 그 자리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합니다.
저는 수수한 나무 가구를 한 점씩 쓰다듬어보며 그것을 만든 이가 가진 삶의 철학을 엿볼 뿐입니다.
뒷마당에서 바라본 루이스네 집.
TIP
- 계절에 따라 일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겨울에는 농사를 짓지 않으니 농사일을 하는 호스트를 구하기 힘들다.
- 크리스마스 같은 긴 연휴 동안에는 호스트를 구하기 힘들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쉽다. 외국인 여행자가 추석이나 설에 한국인 호스트를 찾고자 한다. 꽤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