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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May 01. 2019

1화_ 스위스 호스트를 구하라!

살인적인 물가, 스위스에서 홈스테이 하며 살아남기!

워크어웨이(Workaway)를 알게 된 건 전역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유럽 100일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구글링을 통해 알게 됐죠. 여행 예산이 많이 부족했던 터라 돈을 아끼면서 여행하는 법을 검색했습니다. 그렇다고 금방 귀국하긴 싫었어요. 값비싼 비행기 표를 샀으니 최대한 오래 머물고자 했죠.

     

‘주중 하루 최대 5시간만 일하면 숙식을 해결한다.’

이 말이 정말 솔깃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여행에서 숙식이 해결되면 어마어마한 경비를 아낄 수가 있잖아요? 

    

물론,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만큼 불편한 것도 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플랫폼을 이용한 수많은 여행자의 후기를 보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한마디로 홈스테이였어요. 

호스트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외국인 여행자를 받아 삶에 재미를 더하죠. 

여행자는 숙식을 해결하는 대가로 호스트가 제시한 약간의 일거리를 도와주죠. 

서로 윈윈 하는 겁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서는 구태여 워크어웨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게스트하우스에 지내도 부담스럽지 않거든요. 문제는 스위스나 영국 같은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였습니다. 그곳에 며칠만 머물러도 여행 예산은 금세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스위스에서 첫 워크어웨이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물가 비싼 나라에서 돈은 아끼면서 최대한 길게 머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제 마음이 들통이라도 났을까요? 

사흘에 걸쳐 스물여섯 명의 호스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거절하거나 아무런 답장을 주지 않았습니다.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낼 때 이력서처럼 좀 더 공을 들여야 했을까요.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유럽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에서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둔 만큼,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요!,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라는 메시지를 주었지만 소용없었다.


‘띠링~’

한창 독일 여행을 할 때 이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저에게 답장조차 하지 않았던 어느 호스트가 자신의 집에 와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냈죠. 제가 메일을 보낸 지 3주 만에 답장을 준겁니다. 


이렇게 뒤늦게 답장을 하는 호스트가 정말 많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여행자는 연회비*를 플랫폼에 내야 하는데, 

호스트는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보니 휴면계정도 있고 가끔 메일을 열람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혹시 여러분들 중에 워크어웨이를 시도하실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1~2달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또 답장을 못 받더라도 낙담하지 마세요.


*워크어웨이 연회비는 2019년 기준 42 USD입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호스트는 아무래도 관광지에 살거나 대도시에 지내는 경우입니다. 

한적한 시골로 갈수록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찾는 이가 많이 없기도 하죠. 

그런데 이것도 장담할 순 없어요.


워크어웨이, 한국에서는 생소해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답니다. 

인기 있는 호스트는 진작 매진되고요. 

‘이렇게 외딴곳까지 자리가 없겠어?’ 하는 곳에도 다른 여행자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수기 때는 호스트에 비해 여행자가 훨씬 많아요.


아무쪼록 저에게 답장을 보낸 호스트의 이름은 루이스. 

슈타인암라인(Stein Am Rhein)이라는 한적한 마을에서 남편 요크와 외동아들 세바스티안과 함께 사는 주부였습니다. 


진짜 스위스 가정과 함께 지낸다니.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유일한 문제는 교통이었어요. 

대도시가 아니다 보니 갈아타야 하는 교통편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때 체코를 여행하다 루이스네 집으로 출발했는데, 무려 16시간이 걸렸어요. 

계산해보니까 고속버스 4대, 지하철 2대, 기차 1대, 배 1척을 탔더라고요. 

루이스네 집까지 이동경로

외딴 지역에 사는 호스트를 만나러 가는 길, 정말 고됩니다. 그 자체가 도전 거리예요. 

현지인만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타기도 하고요. 가끔은 옆에 있는 현지인이 "너 이거 제대로 탄 거 맞아? 어디 가는데?"라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당황하지 마세요. 상업화되지 않은 철저한 현지 마을로 잘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거든요. 

    

물론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찾아갔는데, 호스트가 별로면 어쩔까요.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마침내 기차역으로 마중 나온 루이스를 만났습니다!


이제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TIP 

-좋은 호스트를 고르기 위해서는 앞서 다녀간 여행자가 남긴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된다.

-인기 있는 호스트는 진작 매진되니 여행 1~3달 전부터 부지런히 서두르자.

-그렇다고 며칠 만에 호스트를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혹시 질문이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댓글로 남겨주세요.

낮은 자세로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스타그램: yoon_istraveling

이메일: yoonistravel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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