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Nov 03. 2022

내가 꿈꾸는 사랑

강냉이 같은 사랑

며칠 전 대학 동기 몇 명이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넘은 난 그 시간만큼 정직하게 나이를 먹었다. 세월을 비껴 젊음을 유지하거나 총기를 유지하는 비범함이 없었기에 난 친구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아닐 거 같다.

그런데 난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 난 젊은 시절보다 더 따뜻한 사람이 되었고,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내가 꿈꾸는 사랑은 화려한 장미가 생각나는 로맨틱한 사랑이 아니다. 난 어느덧 아빠의 기저귀를 가는 나이가 되었다.

언약의 반지가 생각나는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하는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난 내 일에 매달리느라 아이들을 잊는다. 나의 하찮은 사랑은 영원을 꿈꾸지 않는다.

그렇다고 크고 위대한 사랑을 꿈꾸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런 사랑을 논하기에 내 그릇은 너무 작다. 난 한 번도 큰 그릇이길 소원했던 적이 없다. 난 그냥 간장종지여도 만족할 사람이다. 사용됨에 감사하며.

 

내가 꿈꾸는 사랑은 강냉이 같은 사랑이다. 사소하고 친숙한 강냉이처럼, 만나는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함께 웃는 소박한 사랑이다. 거리낌 없이 만나는 누구에게나 흘러가는 강 같은 사랑이다. 특별한 뭔가를 한다기보다 함께 수다를 떨고 마음으로 격려하고 슬픔에 토닥이는 거다. 잠깐의 웃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라는 따스한 마음의 사랑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사랑.


난 이런 강냉이 같은 사랑을 하는 내가 좋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은 너무 사소하고 작아서 사랑으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래도 사랑이기에. 난 이 사랑을 많이 많이 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내 강냉이 같은 사랑이 닿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유리처럼 맑은 날들이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