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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Feb 01. 2023

구멍 난 내 양말(N행시)

누군가에게 보내는 위로

멍으로 슬쩍 보이는 너

청하리만큼 열심인 네가

 참 좋아


게 넌


보할 수 없는 사랑이야

짱하지 않아도 돼




어떤 작가님의 글에 댓글로 적었던 N행시다.

순간순간 버거움에 주저앉고, 눈물 끝에 헐떡이는 숨을 쉬며, 따뜻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이들. 나는 이들을 "내 사랑아"라고 부른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거만한 시선으로 아래를 보지 않는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아래에 서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나를 그렇게 부른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둠이 내린 길을 총총히 걸을 때면 하늘을 봐봐. 달빛이 하루종일 애쓴 널 비추며 웃어줄 거야. 어떤 때는 함박웃음으로, 어떤 때는 수줍은 듯 살짝 미소 지으며. 네가 지루하게 느낄까 봐 변화를 주는 거니까 함박웃음이 아니라고 속상해할 건 없어. 구름이 바삐 지나가느라 달빛을 가리기도 해. 그래도 걷다 보면 구름이 지나가고 달빛이 보일 거야. 그리고 옆에서 별빛도 너를 비춘다. 나도 너 비춰주고 싶다고 투정하는 아이처럼. 보고 웃어주면 좋아할 거야.

걷다 보면 바람이 노래도 해줘. 바람은 노래를 못하니까 그건 네가 감안하고 들어야 해. 가끔은 큰 소리로 너를 놀라게 할 수도 있어. 나쁜 의도가 아니라 너에게 노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너도 같이 노래하면 엄청 신나 할 거야.

어때? 기분이 좋아질 거 같지?

다른 곳에 있지만 나도 그렇게 걸으니까 우리는 함께 걷는 거야. 연인처럼.

넌 내 사랑, 소중한 내 사랑이라는 걸 꼭 기억해 줬으면 해~




겨울비 내리는 밤, 비를 흠뻑 맞고 있는 항아리와, 친구처럼 항아리와 함께 있는 낙엽 사진.

항아리와 낙엽을 보면서 고흐와 조셉룰랭이 생각났다.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지만 항아리처럼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있었던 고흐. 돈이 없었던 고흐를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어줬던 아를의 우체부 조셉룰랭.

예쁜 사진, 예쁜 이들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며 함께, 예쁘게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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