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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Feb 14. 2023

내 사랑 겨울이 간다

겨우 이런 삶 아니야. 네 삶. 울보야~

적막 안의 치열한 전쟁

냉랭함에 맞서

여기저기 상처 입은

겨울이 간다.


시린 마음 네 탓인 양

원망하고 밀어내도

말없이 안아주던

내 사랑 겨울


자녀의 밝은 날을 약속받고

대신 끌려가는 어미처럼

사랑만 남기고

그렇게 겨울이 간다




누군가 탁자 위에 눈사람 만들어. 사람이 온기에 녹으며 탁자에 얼룩을 만든.  얼룩이, 눈물 떨어진 편지지 같은 내 마음의 얼룩을 생각나게 한.  


추위를 많이 타는 난 그동안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난히 시린 마음으로 많이 울었던 이 겨울. 난 이 겨울을 보내며 겨울을 사랑하게 됐다. 울 덕분에 많은 사랑의 흔적인 얼룩을 만들며.


겨울은 속이 깊은 지혜자처럼 어린 나의 손을 잡고 이것저것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걸 생각하게 했다.

난 이 나이에 처음으로 눈꽃을 봤고 나뭇가지에 낙엽이 꽃처럼 달려있는 걸 봤다. 한밤 구름이 열심히 새로움을 만드는 것도.

살아있음이 어떤 건지, 애쓴다는 게 어떤 건지,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름답다는 건 어떤 건지...  

겨울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손난로의 뜨거움이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커다란 팔과 은은한 온기로 날 안아주던 겨울.

순간순간 엄마의 사탕처럼 난 겨울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경을 보며 눈물을 멈췄었다.


겨울만큼 시린 마음을 잘 이해하는 계절이 있을까? 어쩌면 겨울은 어느 계절보다 온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눈사람 녹듯 떠날 준비를  겨울 생각하니 벌써 눈물이 고인다.


내가 사랑하는 겨울 나를 닮아서 아무 일 없는 듯, 내일 볼 사람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떠날 거다.


이 말을 남기고.

이런  니야. 네 삶.

보야~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너와 나의 짐은 다르다. 우린 각자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간다.  때로 그 무거움은 죽을 만큼 힘듦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죽을 만큼 힘들까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니라고.

왜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해야 할까?


사람마다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꺼끌꺼끌 거치면 거친대로, 뽀송뽀송 고우면 고운대로 누구에게나 삶의 상처는 아픔이다. 이 아픔을 누군가는 고통의 외침으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침묵과 대수롭지 않음으로 표현한다. 그 표현조차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여진다.


침묵하는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겨울은 고통을 묵으로 표현하는 이들 닮았다. 사랑 때문에 내가 죽을 만큼 힘들까를 고민하는 이들을 닮았다.

어느 계절보다 온기주기를 갈망하며 음의 림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겨울. 겨울이 전하는 사랑과 가르침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

겨울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말할 거다. 


우 이런 삶 아니야. 네 삶.

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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